미국 20조원 투자 확정 짓고 귀국한 이재용의 첫마디

이승훈,오찬종,박재영 2021. 11.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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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0조 투자 확정짓고 귀국

◆ 삼성전자 美 20조 투자 ◆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

지난 14일 5년 만에 미국 출장을 떠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24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출장과 관련해 네트워크 강화에 의미를 뒀다.

그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회포를 풀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버라이즌 모더나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업 관계를 공고하게 다졌다. 또 외부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주요 고객인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의 주요 경영진과도 회동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 귀국에 앞서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용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의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다.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미국선 반도체 10억달러 파격 稅감면…한국선 특별법 '감감'

삼성, 美테일러시 공장 확정

옥수수밭 황무지인 테일러市
통큰 혜택주며 삼성에 "생큐"
오스틴 공장과 차로 30분 거리
2024년 양산, 직접 일자리 2천개

韓은 반도체 공정 기본 시설인
전기·물 앞세워 지역이기주의
공장 하나 짓는 데 수년씩 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오후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충우 기자]
영화 '트랜스포머4'를 보면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황무지 사이를 주인공이 차로 달리는 모습이 나온다. 도심으로 들어가도 낮은 2층 건물이 듬성듬성 들어선 황량한 모습이다. 이곳이 바로 삼성전자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다.

테일러시가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내건 파격 인센티브에는 교육구가 제시한 3400억원가량의 세금 감면 내용이 있다. 23일(현지시간) 텍사스주지사 관사에서 열린 행사에도 교육구를 대표하는 인사가 참여했다. 교육구가 원하는 조건은 단순했다. 테일러시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일부가 삼성전자 인턴십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규직 채용을 요구한 것도 아닌데 지갑을 통 크게 열었다. 테일러시 청소년들이 더 이상 옥수수를 재배하고 돼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꿈을 꾸게 하겠다는 절박함이다.

삼성전자가 제2 파운드리 공장 용지로 테일러시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기존 오스틴 공장과 차로 30분 거리로 가까워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텍사스 인근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 배경은 테일러시의 파격적 인센티브다. 테일러시는 30년간 최대 90%의 재산세를 돌려주기로 했다.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는 2억9200만달러(약 3442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공장 용지가 속한 테일러시 윌리엄슨카운티도 첫 10년간 재산세 90% 환급, 이후 10년간 85%를 환급해준다. 여기에 미국 연방의회가 반도체 관련 법 통과 시 제공하게 되는 보조금 혜택도 있다.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테일러시가 원한 것은 일자리다. 이날 투자 발표 서명 행사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존 코닌 상원의원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을 굳게 잡으며 "생큐 삼성"이라고 수차례 얘기한 것도 삼성이 창출할 일자리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로 직접적인 일자리 2000개와 간접적인 일자리 수천 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당장 2년간 공장을 짓는 동안 필요한 건설 노동자만 65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 등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핵심 시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반면 한국 정부·여당이 약속했던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각국이 앞다퉈 공격적인 반도체 지원 전략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업계에선 한국 정부가 아무런 지원책 없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단체의 이기주의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투자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연내 착공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용지 확보를 위한 토지보상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협의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토지보상 협의는 최근에야 시작됐다. 경기도가 2019년 2월 용인시 원삼면 일대를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대상지로 최종 확정한 이후 약 3년 만에 착공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위한 추가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설치 구간의 일부 주민들이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이 이 구간에 송전탑 가공선로를 설치했다가 2년 후 해당 구간에 터널을 뚫어 송전탑을 철거하고 지중화하기로 하며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체들은 국내 공장 건립 시 전력과 수도 설비 설치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송전 시설 설치에 투입하는 예산만 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5월부터 반도체 특별법을 통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에야 가까스로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와 바이오 등 분야까지 지원 대상으로 추가되면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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