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전두환의 죄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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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의 죽음에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 는 "이번 한번만은 죽음이 인간 입술에 미소를 가져다주었다"고 썼다. 뉴스위크>
그래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이 나오고, '인간 전두환'으로 신격화시킨 언론사가 급성장하고, 조찬기도회를 열어주고 대형 교회가 되었다.
전두환의 죽음을 계기로 공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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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사망]
[왜냐면]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아돌프 히틀러의 죽음에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이번 한번만은 죽음이 인간 입술에 미소를 가져다주었다”고 썼다. 전두환씨가 죽었다. 1979년 12월12일부터 1988년 2월24일까지 8년여 동안 대한민국을 철권통치한 독재자였다. 그가 군사반란을 일으켜 민주화를 짓밟고 광주시민 수백명을 학살한 죄를 용서할 수 없지만 끝내 사죄하지 않고 생을 마감한 죄 역시 용납되기 어렵다.
전두환은 군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만 골라서 주도한 인물이다. 육사생도 시절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지지하는 데 앞장섰다. 군에서 금기시된 사조직(하나회)을 만들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이어서 5·17 쿠데타로 정권을 도둑질했다. 재임 시절에는 파충류적인 식성으로 재산을 긁어모았다. 독일 주간지 <슈테른>이 “1995년을 빛낸 국제 8대 사기꾼” 2위(노태우는 3위)로 꼽을 정도였다.
그는 군인으로 입신했으나 군인의 길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한, 그래서 군과 나라의 명예에 먹칠을 한 장본인이다. 전방부대를 빼내어 쿠데타에 동원한 처사부터, 5·17 이래 걸핏하면 내세웠던 ‘국가안보’가 얼마나 허구투성이인가를 보여준다. 그의 죄상은 이것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정의를 짓밟으면서 허울 좋은 ‘민주정의당’이라는 정당을 만들고, 양심세력·개혁인사들을 용공좌경으로 몰아 탄압했다. 수많은 민주인사가 살해·투옥되고 언론이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었으며 교수·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돌이켜 보면 전두환 8년의 폭정이 그의 죄과만은 아니다. 그에 동조하여 5공 정권을 세운 정상배·군인·언론인·지식인·종교인·법조인들의 합작품이다. 이들은 전두환을 우상화하면서 끼리끼리 동종교배를 통해 감투와 세력, 먹을거리를 챙겼다. 청와대 보좌진, 총리, 장관, 국회의원, 공공기업이나 언론사 대표가 되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면서 전두환을 지켜주었다. 저들은 독재자에게 변명의 멍석을 깔아주고 사실 왜곡의 양념을 쳐주면서 세력을 유지하고 국민을 억압하였다. 그래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이 나오고, ‘인간 전두환’으로 신격화시킨 언론사가 급성장하고, 조찬기도회를 열어주고 대형 교회가 되었다. 지금도 5공의 잔재는 도처에 활개치고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행세한다.
맹자는 “백성을 학대한 죄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했고, 조지 산타야나는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죽은 자에 대한 관용이 미덕처럼 되고 있다. 그래서 독재자들의 죽음에 국장이나 국가장을 치르고, 생전의 죄상보다 소소한 미담이 채색된다. 친일부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역사가 흙탕물이 되고 현대사가 오염되고 있다.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유력 정치인이 나오고, 공적으로는 문제가 많지만 사적으로는 인연이 깊어 조문한다는 정상배가 적지 않다. 전두환의 죽음을 계기로 공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포용성이 깊은 독립운동가였다. 하지만 “역사에 대해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라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가 크다”고 말하였다.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가 죽었을 때 프랑스의 지성 장폴 사르트르는 〈르몽드〉에 “프랑코와 같은 독재자가 자기 침대에서 죽도록 내버려두었다니”라며 개탄했다. 전씨와 더불어 역사와 겨레에 큰 죄를 지은 ‘생존 동업자들’은 이 기회에 ‘죄닦음’으로 속죄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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