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액으로 과징금 때리면 개인정보 더 잘 보호될까?..전문가들 회의적

김현아 2021. 11. 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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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매출액 3%에서 전체 매출액 3%로 상향추진
데이터경제 한다면서 과징금 기준은 EU와 중국 베끼기?
개인정보보호위 과도한 재량권 우려
정권 말 플랫폼법도 데이터법도 빨리빨리만
입법영향 분석 등 깊이 있는 연구 없어
국민의힘과 11개 ICT협단체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언급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8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1주년 직원소통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기업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때 ‘관련 매출액’이 아니라 ‘전체 매출액의 3%’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기업들의 개인정보보호가 더 잘 이뤄질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시민단체는 “그럴 것”이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①벌로 일탈을 억제하기 보다는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하도록 하는 게 낫고 ②데이터 활용량이 많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엄격 규제 방식보다는 개인 정보 주체의 권리를 확대하는 쪽으로 실질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며 ③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려는 EU나 중국 등이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서 나름의 위치를 점하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또 ④위법 행위가 발생한 관련 매출액이 아닌 해당 기업의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자기행위 책임 원칙에 반하고 ⑤개인정보보호위의 재량권이 상당히 오남용 될 수 있어 과징금을 무작정 높이기 전에 규제영향 분석이나 입법 영향 분석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4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정무위 간사)와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ICT 대표 10개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정부 입법으로 추진 중인 ‘전체 매출액 3%로 과징금 부과기준 상향’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데이터경제 한다면서 과징금 기준은 외국 베끼기?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벌이 일탈을 억제하는 것은 법학에서 효과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면서 “ESG 경영이 주목받는데, 소비자 보호(소비자 개인정보보호)역시 같은 차원에서 추진될 수 있다. 벌에 의한 일탈의 억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위가 예로 드는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 부과 국가들을 보면)유럽연합, 중국, 캐나다 등”이라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 누구를 위한 칼날이며 우리도 같은 상황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 과장은 “전체 매출의 3%는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있고 중국의 개인정보보호법에도 전체 매출액의 5%, 캐나마 입법 예고에도 전체 매출액 기준 3%로 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김 교수는 미국의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EU,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전체 매출액 기준 과징금이 지금 시대에 맞는가?”라면서 “퍼스트 무버라면서 왜 입법 사례를 해외에서 찾는가”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법을 만들고 엄격 규제를 하고 기업이 지키면 해결된다고 믿지만, 과징금 제도 자체를 바꾼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더 잘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부안에서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수정돼 통과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개인정보보호위 과도한 재량권 우려…정권 말 플랫폼법도 데이터법도 빨리빨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시 과징금이 위법 행위가 발생한 관련 서비스의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해당 회사 전체 매출액이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지난 22일 개인정보위 주최 토론회에서 김영훈 아마존웹서비스(AWS) 실장은 “아주 경미한 실수에 대해서도 전체 매출액의 1.5%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236조원이 넘는데, 2.7%면 6조원이 넘고 1.5%라 해도 3조원 규모”라며 “개인정보위에서 마음대로 과징금을 책정할 수 있는 범위가 2조7000억원이 넘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개인정보위에 잘 보이려 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걱정에 대해 이병남 개인정보위 과장은 “제조업 회사가 개인정보 노출로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이라는 뉴스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법에는 과징금의 상한 규제만 적은 것이고, 하위 법령에서 산업계 우려를 고려해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안을 만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가 하위 법령에서 과도한 재량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최근에 플랫폼도 데이터도 AI도 정부와 국회가 법을 위한 법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면서 “전체 산업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득실이 있는지 깊은 연구없이 (정권 말기에 각 부처들의 이기주의로) 법안 작업에만 몰두한다는 생각이 든다. 규제 영향 분석이나 입법 영향 분석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징금 이슈 역시 자기 행위 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재량권이 상당히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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