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적폐교대만 이뤄진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개혁 나서겠다" [대선후보 인터뷰]

조문희 기자 2021. 11. 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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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당선이 돼도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 후보가 받는 고발사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 둘 중 한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심리적 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제1지대’(무당층을 지칭하는 제3지대를 안 후보가 부르는 말)가 개혁에 나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치에 대해 “구적폐가 신적폐 되는 적폐교대만 이뤄진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라며 “미래 20년 먹거리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은 개혁을 하지 못한다”면서 “나는 정치권에 빚진 것이 없다”고 했다.

안 후보는 전날 사망한 전두환씨에 대해선 “전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예우를 표했다. 다만 “살아생전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면 인생 굴곡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며 조문은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와의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와 국민의당 메타버스 플랫폼 ‘폴리버스’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놈놈놈’(나쁜놈, 이상한놈, 추한놈) 대선이란 발언이 유행했다.

“그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다. 화제가 된 것은 많은 사람이 그 말에 공감한다는 이야기이다.”

- 자신은 ‘좋은 놈’이라고 했다.

“지금 대선후보 가운데 내가 도덕적으로 제일 문제가 없지 않나. 지난 10년 간 정치를 하면서 어떤 추문에도 휩싸인 적 없었다. 막말을 했나 돈을 받았나 성추행을 했나. 의원 할 때는 의정활동 열심히 했고, 원내 가장 큰 교섭단체를 짧은 시간에 만드는 성과도 냈다. 실력도 충분히 증명한 거다.”

- ‘추한 놈’은 누구인가?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상대편 후보가 추한 놈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다. 양당이 서로를 그렇게 부를 것이라 본다.”

- 세번째 대권 도전이다. 이전과 달라진 목표가 있나.

“두번째다(안 후보는 2012년에도 대권 출마를 선언했지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했다). 초심은 똑같은데, 예전보다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2017년 대선 때 국민이 바란 것은 적폐청산이었다. 지금은 국내 상황보다 전세계적 상황이 중요하다. 정말 심각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미·중 신냉전이 세계 구도를 바꾸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야 살아날지 생존전략과 앞으로 우리가 뭘 먹고 살 것인지가 다음 정부의 가장 중요한 화두여야 한다. 20년 주기를 보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산업화로 우리가 20년을 먹고 살았다면, 그 다음 바통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어 받아서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 시한은 끝났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20년 먹거리를 만들어야할 사명이 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도 문제다. 지금 1990년생이 65세가 될 때쯤이면 국민연금 재정이 제로가 된다. 역대 정부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 다 안한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 저항이 심하겠지만, 나는 이런 문제가 대선 화두가 돼야 한다고 본다. 다음 대통령을 법조인 출신이 맡으면 안되는 시기이다. 법조인은 과거의 일을 응징하는 직업이다. 그 일을 평생하신 분들은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미래를 바라보거나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서 국민을 먹여살리겠다는 생각은 없는 분들이다. 21세기 들어 급부상한 나라가 둘 있는데, 중국과 독일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칭화대 화학공학과 출신이고, 누구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방향을 잘 알고있다. 독일 총리 메르켈도 물리학 박사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법조인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에 나설 텐데, 실컷 적폐청산을 한 다음에는 또 새로운 적폐청산이 일어날 것이다. 구적폐와 신적폐, 적폐 교대만 일어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나는 그런 불행을 막기 위해 (대선판에) 나왔다.”

24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기자가 국민의당 메타버스 플랫폼 ‘폴리버스’에서 안 후보의 접속을 기다리고 있다. 폴리버스 갈무리


- 양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현재까지 대선 주요 쟁점이다. 의혹을 푸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중요하다. 국민들이 의혹을 풀지 못한 채 투표하게 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보를 가진 상태로 해야하는 결정이 있는데(안 후보는 ‘informed dicision’이란 영어 표현을 썼다), 그런 결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투표다. 나라의 운명을 5년 간 맡기는데, 후보에 대해 알면서 투표를 해야하지 않나. 결정 이전에 정보를 제대로 주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의혹이 안 풀린 상태로 둘 중 한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 갑자기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국정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대통령 후보 떨어진 사람을 감옥에 보내면, (범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이 반으로 갈라지게 된다. 지난 5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한 심리적 내전이 생길 것이다. 그 결과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나라가 뒤떨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국민이 검찰 수사가 엉터리고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안 후보는 지난 21일 ‘쌍특검’ 안을 냈다.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 모두 특검을 받되, 민주당 특검법안은 국민의힘이, 국민의힘 후보 특검안은 민주당이 만들라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그들의 법안이 공정하게 만들어진 법안인지 심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안 후보는 “4당이 모두 책임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방안”이라며 “꼼수법안을 만든 정당이나 편파적으로 심사하는 당은 국민의 지탄을 받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 제3지대 공조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개혁이라는 데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이후에 그 다음 단계로 도약했어야 하는데, 70년대·80년대 사고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다. 다른 시대를 열자는 게 내가 말하는 ‘시대교체’ 개념이다. 기득권은 개혁을 못한다. 개혁은 기득권을 없애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당 후보는 캠프에 모인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서, 결국 기득권 가진 세력이 된다. 자기와 가까운 기득권에 대해선 쳐내지를 못한다. 기득권으로부터 제일 자유로운 사람이 나다. 정치권에 내가 빚진 게 어디 있나.”

-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오간 얘기가 있나.

“아직 없지만, ‘만나자’는 메시지를 띄웠으니 곧 회동이 이뤄질 것이다. 쌍특검에서 둘(안 후보와 심 후보)의 역할과, 기득권 양당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고 확인하는 일이 주가 될 것 같다. 둘 다 양당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망가지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같다.”

- 이념적 지향이나 구체적인 정책은 정의당과 다른 점이 많다.

“맞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합치는 것이 정치다. 지금은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사정이 다르지만, 통상 정치권에서 하는 일은 설득이다. 19대·20대 국회에선 양당을 모두 설득하지 못하면 어느 한 당이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내가 19대에서 통과시켰던 대표적 법안이 김영란법인데,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른다. 당시 의원들 대다수가 이 법 통과를 원하지 않았다. 자기 발목 잡는 거니까. 그때 나는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만났다. 새누리당을 먼저 찾아가서는 ‘이 법안이 정말 중요하고 국민이 원한다, 논의 진행시켜달라’ 해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민주당에 가서는 ‘지금 새누리당에서 이 법 논의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민주당만 안하면 역풍 맞는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김영란법이 2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거다. 내가 제일 오래한 일이 영업이다. 벤처기업 CEO도 했고, 조직관리도 했다.”

- 영업 능력을 강조하지만, 함께하던 사람들이 여럿 떠났다. 이들 중 안 후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웃음) 누구를 탓하겠나. 내가 부족한 탓이다. 그게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번째 이유를 들자면, 거대양당이 아닌 상황에서 살아남는 게 참 어렵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선가능성 없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양당 중 하나로 떠난다. 혼자 간 사람을 누가 알아주겠나.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 분들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 하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 분들이 정치적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 책임도 내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게 거대양당이 아닌 정당의 어려운 점이다. 만약 내가 정치적 욕심만 강한 사람이었으면 절대 이렇게 안했을 것이다. 양당 중 하나 택해서 거기 계속 있었다면, 편하게 정치했겠지. 떠난 사람 없이 ‘안철수계’가 자리잡았을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후보의 오른편에 국민의당 메타버스 플랫폼 ‘폴리버스’가 켜져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어제(23일) 전 대통령 전두환씨가 사망하자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고인의 명복은 빌었다. 백낙청 선생의 말처럼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우를 다했다(안 후보는 내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썼다). 다만 살아생전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면 인생 굴곡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조문은 그 연장선상에서 가지 않은 것이다.”

- 대통령이 된다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추가 진실규명이나 전씨에 대한 추징금 환수 계획이 있나.

“예전부터 5.18 관련 내용을 헌법 조문에 넣겠다고 말해왔다. 5·18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상징이고, 사람들이 완전히 납득할 때까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5·18조사위원회에서 어디까지 진실이 규명이 되어있고 뭐가 남아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의혹이) 남아있는 것이 있으면 조사를 계속해야 하고, 남아있는 것이 없다면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전태일 51주기 등 상황에서 “기득권 노조” “적폐” “산업현장에서 청년 등 약자에게 갑질” 등 단어를 쓰며 민주노총의 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후보가 생각하는 노동자는 누구인가.

“21세기 전태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 그리고 일자리가 없어서 노동을 못하는 청년들이다. 민주노총은 전태일이 아니다. 이번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내가 가장 비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기득권 가진 노동자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2017년부터 이 생각을 했다. 한국도 글로벌 국가이기 때문에 전세계 흐름을 잘 봐야하는데, 당시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는 게 눈에 띄었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비정규직이 많아지는 구조로 가더라. 이럴 때 노동개혁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안정적이고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어야 세계 흐름에 맞는다. 이 정부는 그 흐름을 모르고 70년대, 80년대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안정됐나? 처우가 좋아졌나? 노동 양극화는 전적으로 이번 정부의 정책 실패 또는 미래 예지력이 없어서 생긴 문제다.”

- ‘임기 중반 중간평가’ 공약을 내걸었다. 평가가 좋지 않으면 물러나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지금도 유효한 생각이다(안 후보는 지난 2016년 당내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 개념을 거론하며 국민의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있어도 결과가 나쁘면 최소한 사과를 하거나,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고 그 정책을 고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다. 잘 되지 않을 때 상황을 인정하고 정책을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게 중요하다. ‘내가 의도가 선했는데’ 생각만 하는 건 책임윤리가 없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점 중 하나가 대통령이 된 사람이 공약은 물론 자기 취임사조차 안지킨다는 것이다. 다만 물러나는 것 이외에도 책임질 방법은 여럿 있다. 그 방법은 여야 간 합의에 따르면 된다. 나는 인정받을 자신이 있다. 이 정도 자신이 없는 후보라면 대통령 출마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확실히 없나.

“내가 직접 정권교체를 하러 나왔다. 지금 100일정도 남았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70% 정도는 지지 후보를 정했고 30%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70% 지지자를 들여다 보니까, 그 중 70%만 지지 후보를 안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은 30%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지지 후보를 확고히 정한 사람은 70% 중의 70%, (계산하면) 49%고 나머지는 부동층인 상황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구도고,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될 때와 같다. 기득권 양당에 대한 불신 여론은 양당에 속하지 않은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구도인데,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다. 당시 프랑스도 양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고, 마크롱이 나와서 당선됐다. 우리는 2012년 우파 후보가 튼튼했고, 2017년엔 반대로 좌파가 튼튼했다. 이럴 때는 제3후보가 당선되기 힘들다. 지금은 양쪽이 다 무너진 상황이다. 내가 당선될 것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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