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독일 디자이너가 '스포티지' 최고라고 찬사한 이유
독일·한국 오간건 가장 큰 자산
현대차·기아에 '여백의 미'입혀
애착가는 차는 옵티마·스포티지
鄭회장, 시간적 자유 많이 주지만
도전과제도 많이 준다, 그게 혁신
피터 슈라이어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경영 담당 사장이 최근 출간한 책 '디자인 너머'는 펜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책 너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슈라이어 사장을 24일 오전 직접 만났다. 독일 출생으로 현지 완성차 제조사에서 현대차·기아로 이직한 그는 한국에서 불붙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디자인 중심의 시장을 평가하며 한국을 예찬했다.
뮌헨 응용과학대에서 디자인을 배우던 그는 우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BMW 차량 포스터를 보고 차 디자인에 빠졌다. 이후 아우디에서 인턴 기회를 얻어 이 분야에 발을 담갔다. 과연 디자인 너머엔 무엇이 있다는 것일까.
슈라이어 사장은 "자동차 디자인은 차 모양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의 힘을 활용하면 완성차 기업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디자인 너머를 묻는 우문에 "차를 둘러싼 모든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현답을 내놨다.
그에겐 큰 자산이 있다고 했다. 독일 등 유럽뿐 아니라 한국을 경험했다는 것. 그는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차량의 디자인은 동·서양 어디 한 군데 치우치지 않고 둘을 결합하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한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 등은 차량 실내에 동양 미학 특유의 '여백의 미'를 살렸다.
슈라이어 사장은 "독일에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디자인을 중시한다면 한국은 빠르게 혁신하고 전진하는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차에도 늘 변화를 입힌다"며 "한국은 그 같은 혁신성 덕분에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유럽과 미국을 이미 따라잡았다"고도 했다.
변화의 핵심은 전기차에 있다. 전기차는 엔진도 트랜스미션도 없다. 차량 레이아웃을 그만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그에 반해 기존 내연기관차는 운전석이나 핸들 등이 모두 고정돼 있어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슈라이어 사장은 "앞으로 미래 차는 디자인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차·기아에 합류해 본인이 디자인한 차량 가운데 아쉬움이 남는 차는 없단다. 애착을 갖는 차만 넘쳐나는데, 그중 '옵티마'와 '스포티지'를 그는 첫 손가락에 꼽았다. 슈라이어 사장은 "차량 전면부 '호랑이코' 그릴을 처음 선보인 것도 바로 이 두 차"라며 "차의 디자인 철학과 언어가 새롭게 바뀐 것을 증명해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관보다 오히려 실내 디자인을 더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차는 사람들이 집 다음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제2의 집' "이라며 "아무리 저렴한 소형차라도 꼭 맞는 슈트, 맵시 있는 장갑처럼 운전자들이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실내 디자인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정 회장이 나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디자이너들에게 시간적 자유를 많이 허락한다. 다만 도전 과제도 많이 준다. 그런 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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