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대모 김영희를 추모하며..

오수현 2021. 11.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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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 '댄스컴퍼니 태' 창단
스승과 나눈 대화 토대로
창작 한국무용 무대 올려
지난 22일 저녁 서울 혜화동 예술가의집에서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한국무용단 '댄스컴퍼니 태' 무용수들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다. 댄스컴퍼니 태는 창작 한국무용계의 대모 고(故) 김영희(전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의 제자들이 스승의 무용을 계승하기 위해 창단한 무용단이다. 이날 공연은 이들의 창단 공연이었다. 무대에 오른 '그녀(She)'라는 타이틀의 작품은 당연히 스승 김영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그가 2019년 타계하기 직전 수제자인 무용가 은혜진과 나눈 대화를 모티브로 안무를 짰다.

모든 동작마다 빠름과 느림, 밀고 당김이 혼재했다. 팔과 다리를 바깥쪽으로 완전히 펼쳐내는 듯 하다가 돌연 안쪽으로 접는가 하면, 천천히 안쪽으로 모으다가 빠르게 바깥으로 펼쳐내길 반복했다. 이런 동작들을 통해 작품이 담고 있는 후회와 번민, 추억의 정서가 극적으로 표출됐다. 현대무용과 유사한 것 같지만 특유의 리듬에서 베어나오는 묘한 정서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격렬한 듯 부드럽고, 빠른 듯 느린 이 모든 동작을 제어하는 것은 김영희가 확립한 무트호흡법이다. 호흡을 손끝, 발끝까지 연결시켜 한 동작을 하더라도 감정을 보다 풍부하게 표현하고 에너지를 강력하게 발산하도록 돕는다.

김영희의 남편이었고, 지난 1988년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예술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온 작곡가 박창수는 공연 후 "마치 김영희가 이 자리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1992년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로 임용된 이래 500명이 넘는 제자들을 배출했다. 무트호흡법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40개의 안무작을 남겼다. 서구의 표현주의에 한국 창작춤의 호흡을 융합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작품세계를 인정받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폐회식 공동안무 지도위원을 역임했다.

댄스컴퍼니 태는 김영희의 무용을 계승발전시켜나간다는 목표를 밝혔다. 제자인 무용가 임희영은 "선생님께선 한국무용 전통의 맥은 지키면서도 언제나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하길 지향하셨다"며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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