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안착 위한 교육과정 개편 연착륙 할까?.."대입 개편 등 선행과제 먼저 해결해야"

이호준 기자 2021. 11. 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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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1·고2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일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4일 내놓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고교학점제와 진로선택·탐색 확대, 초등학교 영역까지 선택과목 확대처럼 학교와 학생들의 자율과 선택을 확대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혀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국어·영어·수학의 수업 시수와 비중을 대폭 감소시키고 대신 자율적으로 수업을 선택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더 많이 제공하겠다는 설계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1호 공약인 고교학점제를 임기 내에 일단 출발시키는데에 치중하다보니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할 교사 확보 문제, 대입제도 개편 등에 대한 충분한 준비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당장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고등학교의 전체 수업량은 현재 204단위 총 2890시간에서 192학점, 2720시간으로 줄게 되는데 대부분이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공통과목에서 줄게 된다. 현행 수업 시수단위는 고교학점제에서 ‘학점’으로 대체되는데, 일반고등학교에서 국·영·수·사회영역의 필수 이수 단위는 현재 각각 10단위(시수)에서 8학점으로 2학점씩 줄게 된다.

특히 현 교육과정에서는 국·영·수와 한국사가 전체 교과 단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 새 교육과정에서는 국·영·수 이수학점이 81학점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이렇게 되면 고교 3년간 국·영·수 각 과목당 수업시간이 현행 141.7시간에서 106.7시간으로 35시간씩 줄어, 세 과목의 수업시간은 총 105시간 줄어들게 된다.

교육 당국은 대신 학교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이수학점(현 자율편성단위)을 현재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늘려 학생들이 주요 과목이 아닌 더욱 다양한 과목을 듣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구성됐던 선택과목을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세분화하고, ‘매체 의사소통’처럼 융합선택 과목에 보다 구체적인 진로탐색을 위한 새로운 과목도 포진시켰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여전히 40% 가량 존재하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이 환영받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사회과목인 ‘경제’ ‘정치와 법’이 일반 선택과목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향후 수능에서도 제외돼 학생들이 경제교육을 도외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60% 이상이 수시로 대학을 가는 만큼 자신의 진로를 위한 과목을 배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 대입제도가 2028학년도에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수능이 현재 형태로 존재할지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일단 출발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공통과목을 일률적으로 2시간씩 똑같이 줄이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미래 준비를 위해 어떤 과목이 더 많이 필요하고 적게 필요한지 연구하지 않은 채 최대한 현장의 반발이 없도록 똑같이 줄여놓은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현 정부에서 고교학점제를 출발시키는 준비를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대선에서 변수가 생겨 이번 교육과정 개편안이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임기 말을 앞두고 대규모 변화를 수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드문데, 다음 정부가 그 부담을 떠안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개편안의 방향을 크게 반긴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는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려면 수능은 자격고사화하고, 수시 위주로 대입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고등학교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전과목 성취평가제를 진행하는 등 선행과제가 있는데 이런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교학점제를 추진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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