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빈민가서 경찰 총격 희생자 잇따라..공권력 남용 논란
[경향신문]
브라질 빈민가에서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하는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이 대대적인 범죄조직 소탕작전을 벌이면서다. 경찰은 중무장한 갱단으로부터 마을 주민과 경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라며 총기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총격이 일어난 지역의 주민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총을 사용하는 소탕작전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UOL 등 브라질 매체들은 23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주 검찰이 상곤살루 지역에서 일어난 경찰 총격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1일 브라질 경찰특수작전부대(BOPE)는 상곤살루의 빈민촌 살게이루에서 마약조직 소탕작전을 펼쳤고, 주민들은 작전이 끝난 후 10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BOPE는 괴한들이 전날 먼저 경찰을 습격해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는 그동안 경찰의 범죄조직 소탕작전 도중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지난 5월 리우데자네이루주 자카레지뉴의 한 마을에서는 경찰과 마약조직 간 총격이 벌어져 25명이 숨졌다. 경찰은 희생자 한명은 경찰, 나머지는 마약조직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일반 시민도 희생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한달 전 리우데자네이루시에서도 경찰과 마약 조직원 간 총격이 일어나 6명의 마약 조직원과 3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사망했다. 브라질 공안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의해 사망한 인원은 641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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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격이 일어나는 장소는 주로 빈민촌이다. 마약 밀거래 조직은 ‘파벨라’로 불리는 브라질 슬럼가를 장악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마약 밀매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경찰의 작전이 시작되면 일부 마약 조직원들이 빈민촌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 숨고, 경찰들은 집 안에 따라들어가 총을 쏜다고 전했다.
수많은 범죄조직이 무기를 들고 활개를 치고 다니자 일부 정치인들은 경찰의 무력 사용을 옹호하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을 공약해 2018년 당선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범죄자들은 바퀴벌레처럼 거리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윌슨 위첼 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는 2019년 당시 “경찰은 범죄자 머리에 총을 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총격전이 마을 한복판에서 벌어져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리우데자네이루주 린스 데 바스콘셀로스에서는 경찰과 마약 조직 간 총격 도중 24세 임산부와 뱃속의 아이가 사망했다. 유족들은 희생자의 몸에서 경찰 총알이 나왔다고 밝혔다. 2017년에도 리우데자네이루주 호싱야 빈민가에서 경찰 총격에 스페인 관광객 1명이 사망했다. 자카레지뉴 등 총격이 벌어진 곳의 주민들은 경찰이 총격 작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경찰의 총기 소탕작전이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 변호사인 나딘 보르헤스는 “이미 경찰에 항복한 조직원들도 처형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분명히 야만적 행위”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경찰들이 범죄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해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방위성 총격이 맞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경찰의 바디캠(경찰관이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의회에서 경찰 바디캠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수차례 나왔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상파울루주에서는 바디캠 보급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 6월까지 약 3000명의 경찰이 바디캠을 착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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