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60만원' 휴지조각된 리라화..'형제의 나라' 터키에 무슨일이
터키 리라화 통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가를 갈아치우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터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경제 논리가 재앙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물가가 20% 이상 치솟았는데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터키 국민들이 세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BC·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터키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12% 이상 가치가 추락, 1달러당 12.82리라에 마감했다. 장중 한 때는 통화가치가 15% 이상 떨어지면서 달러당 13.53리라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올 초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달부터 급격히 떨어졌다. 올 1~2월 달러당 6~7리라를 오가던 리라화는 3~9월 8리라 선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10월부터 환율 쇼크가 시작됐다. 단숨에 달러당 9리라를 넘어서더니 이달 15일 이후 매일 2~3%씩 올랐다. 23일 하루 동안 12.7% 오르는 이상 신호가 포착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2일 의회 연설에서 "국민들의 금리 부담을 경감하겠다"며 "마지막까지 금리와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그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유발하는 만큼 고금리를 옹호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저금리 기조에 동조하지 않는 중앙은행 총재들을 수차례 경질하기도 했다.
경제 이론적으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상승하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내려가고 외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는 상승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시장에서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적자가 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장에 논리적 결함이 있다고 경고한다.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정부 통제를 벗어나 수십·수백 퍼센트 상승하는 상황을 뜻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맞섰다가 지난 달 해임된 세미 투멘 전 터키 중앙은행 부총재는 트위터를 통해 "터키 정부는 성공 가능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이상한 실험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테라인베스트먼트의 엔베르 에르칸 애널리스트는 "공포 영화를 보는 것 같다"며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있어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더 폭락하게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걸&제너럴 인베스트먼트의 우데이 팟나이크 이머징마켓 책임자는 "최근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 하락은 에르도안의 금리전쟁이 불러온 결과"라며 "리라화 폭락을 막을 수 있는 건 터키 중앙은행의 신호 뿐인데 희망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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