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투자 확정' 이재용 반격 시작됐다..TSMC 잡고 인텔과 격차 벌린다
투자액 20조원, 역대 미국 투자액 중 최대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70억달러(20조원)를 쏟아붓는다.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반도체 공장 부지 결정은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 중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국 후 미국 현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 관계자들을 만나 삼성의 대미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6개월 넘게 지지부진했던 반도체 공장 부지 결정이 이 부회장이 나서면서 곧바로 이뤄졌다"며 "전세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투자로 미국과 삼성 모두 한숨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결정을 두고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 발표한 3년 동안 240조원 투자 계획의 첫 단추라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여만에 나왔다"며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제2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금액만 밝혔을 뿐 투자 지역이나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출소한 후 투자 결정은 급물쌀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8월13일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하자 해외 언론 등에서 삼성전자의 제2공장 부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거론됐다.
이후 삼성은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과 테일러, 애리조나 2곳, 뉴욕 1곳 등 5개 지역을 부지로 검토하다가 이날 테일러시로 최종 낙점한 것이다. 이 부회장 출소 후 103일 만에 이뤄진 성과다.
당초 기존 파운드리 인프라와 전문인력, 접근성을 고려해 오스틴시가 유력 후보지로 꼽혔지만,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약속한 테일러시를 최종 선택했다는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는 올해 9월 삼성 반도체 공장 재산세 90% 이상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테일러 독립교육구도 최근 2억9200만달러(약 3442억원) 규모의 추가 세금감면을 약속했다. 이들이 약속한 전체 세금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과 인접한 테일러는 인구 1만7000명의 소도시로, 기존 오스틴 사업장과 25㎞ 떨어진 비교적 가까우며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테일러 부지 주변으로는 미국 최대 PC 제조사인 델(Dell) 본사를 비롯해 AMD·ARM·퀄컴 등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의 연구소와 지사가 들어서 있다.
신규 부지는 약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조성되며 2022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9%로 압도적 1위며 삼성전자가 17.3%로 2위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TSMC에 크게 뒤지지만,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내년 상반기 중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All-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에 질세라 경쟁사들은 이미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TSMC는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들여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36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2나노급 신공장 건설에도 착수했다.
인텔 역시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200억달러(22조66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런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지름길로 인수합병(M&A)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긴장했다.
뿐만 아니라 인텔은 지난 7월 개최된 온라인 기술전략 설명회에서 2025년까지 파운드리 사업 확장 로드맵을 발표하며, 4년 내 TSMC와 삼성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인텔의 기술 로드맵은 공격적이다. 2024년에는 2나노 수준인 '20A'를 생산하고, 이어 2025년에는 인텔18A를 양산할 계획이다. 18A는 1.8나노 수준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는 2023년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귀국한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바이오와 통신, ICT, AI 등 삼성의 미래 역점사업 분야 파트너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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