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의 양자경과 '샹치'의 양자경이 붙는다면 [왓칭]

박은주 에디터 2021. 11.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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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식 리뷰] '와호장룡'이 노자식 무술이라면, '샹치'는 성룡식 액션 맛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나온 양조위.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의 주차요원 샹치. 버스에서 괴한 여럿을 만나자 갑자기 숨겨뒀던 싸움 실력을 발휘한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찌질한 청년이 평화의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시리즈의 도입부와 흡사하다.

영화사가 소개한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텐 링즈’의 힘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 ‘샹치’는 아버지 ‘웬우’ 밑에서 암살자로 훈련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평범함 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샹치’는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으로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머니가 남긴 가족의 비밀과 내면의 신비한 힘을 일깨우게 된다. 벗어나고 싶은 과거이자, 그 누구보다 두려운 아버지 ‘웬우’를 마주해야 하는 ‘샹치’. 악이 될 것인가? 구원이 될 것인가? 마블의 새로운 시대, 세상에 없던 힘이 탄생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샹치’로 나온 시무 리우는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을 본 사람이라면, 싫어할 이유가 없는 배우다. 게다가 ‘예스마담’ 양자경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양조위다. 기자는 양조위의 무지막지한 팬이다. 그가 1분만 출연한대도, 극장서 볼 용의가 있다. 그런 양조위가 ‘10개의 링’을 팔에 차고 죽지 않는 불사인간, 웬우로 출연했다. 심지어 ‘악당’이라니. 그러나 양조위의 ‘눈빛’, ‘스며드는 연기’ 같은 건, 이 액션 영화에 파고 들 틈이 없다. 양조위를 모르는 세대라면, ‘아 그 샹치 아버지’하고 넘어갈 연기를 보인다.

3만원(2인 영화티켓+팝콘) 내고 3시간 깨질 뻔했다. 집에서 OTT로 보기 잘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7.43. 기자는 관객 점수가 후했다고 생각한다. 6점 정도 주겠다

양조위의 망작이라서가 아니다. 영화 초반, 웬우와 리는 일합을 겨루다 사랑에 훅 빠져 버린다. 중국식 무릉도원에서 펼쳐지는 남녀 무림고수의 대결. 중국 무술의 아름다운 동작이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할 핵심 장면이다. 그런데 바느질이 성글다. 샹치가 마카오 고층빌딩에서 웬우의 하수인인 데스딜러와 대결하는 장면도 어쩐지 분절적으로 보인다.

기자에게 중국 무술 영화의 미학적 기준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다. 휘청거리는 대나무 가지에서 몸의 중심을 잡으며 벌이는 일합은 마치 먹을 품은 붓으로 단숨에 휘리릭 난을 치듯, 매끄럽고 여유로웠다. ‘킬빌’ ‘와호장룡’ 등의 무술감독 원화평의 특장은 주로 쿵후와 태극권. 여기에 배우 몸에 와이어를 연결해 휙휙 공중을 날아 다닌다. (사실 반칙이다). 선의 아름다움을 더 강조하기 위해 장검으로 허공을 가른다. 모두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 행위다. 비어있는 듯 꽉찬, 물 흐르듯, 중국 사상으로 치면 노자 사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와호장룡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샹치의 무술감독은 성룡의 스턴트 액션 무술팀 ‘성가반’에 들어간 첫 백인이었던 브래들리 제임스. 강하게 주먹으로 지르는 스타일의 중국 무술인 ‘홍가권’으로 파워있는 액션을 보이는 사람이다. 성룡의 트레이드마크 ‘취권’ 역시 ‘홍가권’의 하위 권법이다. ‘킹스맨’의 절도있는 주먹 액션도 그의 작품. 주먹 액션이니 배우 사이에 물리적 공간이 적다. 2000년 전후 계획대로 원화평이 액션감독을 맡았다면, 다른 영화가 됐을 것이다. 물론 제임스의 무술 연출은 상업적으로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 북미 관객은 이런 ‘치는 맛’을 더 좋아한다. 전통적인 미국식 액션 연출에 ‘중국 맛’을 가미한 셈이다.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이미지는 CG캐릭터인 ‘어둠의 드웰러’이다. 무협지로 따지면 ‘흡혼(吸魂)’ 능력을 가진 익룡과 비슷하다. 중국 무술영화 장르의 한계를 돌파하는 승부수인데, 제대로 먹혔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비밀'의 최고 악당, 어둠의 드웰러. /디즈니플러스

기자는 영화 개봉 시점에 ‘코로나 시국에 뭔 극장’이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에 무한한 긍지를 느끼며, 이 영화가 끝나자 바로 넷플릭스 검색에 들어갔다. 다행히 ‘와호장룡’이 넷플릭스에 있었다. 참고로 ‘와호장룡’은 많은 사람들이 ‘제일 사랑하는 무술 영화’라고 말하는데 반해, 그 스토리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기자도 그 중 하나다. 참고로 아래는 네이버 영화줄거리인데, 글쓴 이도 꾸역꾸역 쓴 것 같다.

19세기 청조 말렵 혼란기의 중국. 당대 최고의 문파인 무당파의 마지막 무사 리무바이(주윤발 분)는 뛰어난 무공을 소유한 여무사 수련(양자경 분)과 평생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사부가 자객 푸른 여우(Jade Fox)에게 목숨을 잃자, 강호를 떠날 결심으로 선대부터 전해내려오는 보검 청명검을 수련에게 맡긴다. 수련은 무당파와 인연이 깊은 베이징의 호족 페이러에게 청명검을 전해주려던 자리에서, 고관 옥대인의 딸 용(장지이 분)과 첫 만남을 갖는다. 강호의 삶을 동경하며 용은 끊임없는 정략 결혼의 강요 속에서, 자신을 납치했다 풀어주며 ‘언젠가 꼭 다시 데려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마적단 두목 호(장진 분)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와호장룡

■샹치와 텐 링즈의 비밀(2021)

감독: 데스킨 크리튼

출연: 시무 리우, 아콰피나, 양조위, 양자경

디즈니플러스 바로보기

■와호장룡(2000)

감독: 이안

출연: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장첸

넷플릭스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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