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유독물질에도 끄떡 없다.. 하수도서 활약하는 첨단 로봇들

박건형 기자 2021. 11. 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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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유독물질 견디며 수리까지

각종 로봇이 도심 땅 밑을 돌아다니고 있다. 드론이나 벽을 타고 오르는 로봇, 수영이 가능한 로봇도 있다. 카메라, 수중 음파 탐지기, 레이더 같은 각종 센서로 무장한 이 로봇들은 거미줄처럼 얽힌 하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찾아내고 수리까지 해낸다. 첨단 기술이 현대 도시의 핵심 인프라이면서 관리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하수도 시스템 유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하수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질병 확산, 가정과 회사로의 하수 범람, 호수와 바다 수질 악화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첨단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에만 140만8176km에 이르는 하수도가 설치돼 있다. 과거에는 하수도를 모니터링하고 어느 지점에 문제가 생겼는지 발견하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점차 낡아가는 하수 시설로 인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도시공학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하수 인프라 개선 수요는 1290억달러(약 153조원)였지만, 실제 지출된 비용은 480억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이런 불균형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학자와 스타트업들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내놓고 있다. 미국 드론 스타트업 플라이어빌리티는 충돌 방지 드론인 ‘엘리오스2′를 이용해 하수도를 수색한다. 전면에 카메라가 설치된 드론에 둥그런 보호구를 끼운 형태의 엘리오스2는 유럽,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GPS 없이도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하수도 내부를 초고화질 동영상으로 전송한다. 최근에는 서기 960년에 건설이 시작된 중국 송나라 시대의 하수도를 탐색해 지도를 완성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원격 조종 차량 회사인 딥트레커는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도 하수도관을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는 차량을 선보였다. 당초 딥트레커는 난파선 수색용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하수도 시장이 훨씬 크다는 것을 발견하고 타깃을 전환했다.

WSJ은 “카메라가 장착된 바퀴 달린 차량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하수도의 박테리아, 부식성 황화수소 등을 견뎌야 하는 극한 조건 때문에 가격이 비쌌고, 영상을 송출해 문제 지점을 발견하는 수준에 그쳐왔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정밀하게 문제점을 식별하고, 실제 수리까지 해내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수어AI는 10만건 이상의 하수도 검사 자료를 AI에 입력해 하수도의 손상 부위와 복구 방법을 신속하게 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인 검사관이 몇 달 동안 처리하던 작업을 하루 만에 판독해낸다. 네덜란드 회사 수어 로보틱스의 로봇은 수압을 이용한 워터젯 절단기와 자외선 시스템을 싣고 다닌다. 하수도를 막고 있는 각종 물질을 잘게 쪼개 흘려보내고, 손상된 부위에는 파이프를 덧대고 자외선을 쪼여 경화시킨다. WSJ은 “하수도의 문제는 지상 기반 시설보다 훨씬 크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너무 늦을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새롭고 더 저렴한 과학기술의 잠재력을 더 많은 도시와 국가가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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