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약 연내 도입 불투명.."미프진 38만원에 양도" 밀거래도

박고은 2021. 11.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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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 미프진 38(만원)에 양도합니다. 직거래, 택배, 인증 모두 가능해요. 급하신 분 연락주세요."

박아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안전한 임신중절약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기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온라인 불법 거래 단속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여성들이 안전한 임신중절약을 먹을 수 있도록 미프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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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초기 중절약, 허가 처리기한 넘겨
식약처, 제약사에 추가 자료 제출 요청
"75개 나라서 쓰는 검증된 필수의약품
도입 왜 미루는지 이해할 수 없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비롯한 71개 단체가 2018년 7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과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품 미프진 38(만원)에 양도합니다. 직거래, 택배, 인증 모두 가능해요. 급하신 분 연락주세요.”

트위터에서 먹는 인공임신중절약인 ‘미프진’을 검색하면 이 같은 홍보글이 수십 개 뜬다. 가격대는 38∼45만원 수준. 불법 유통되는 만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낙태죄 처벌’효력이 없어진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약의 연내 도입은 불투명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미프지미소정 심사과정 중 일부 자료가 미흡해 해당 업체에 보완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미프지미소는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Linepharma International)로부터 한국 내 판권과 허가심사권을 확보해 도입을 추진 중인 임신초기 중절약이다. 현대약품은 올해 3월부터 이 약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식약처와 협의하기 시작했고, 지난 7월2일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사 처리기한은 11월12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식약처의 추가 자료 제출 요청으로 미뤄졌다. 제출 기한의 마감일이 따로 없을뿐더러, 추가 제출 자료를 식약처가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미프지미소 도입은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가교임상(글로벌 임상 시험을 거친 의약품이더라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시 임상 시험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을 진행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교임상을 진행하게 되면 품목허가 결론을 내기까지 최소한 1년의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임신중절약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온라인에서는 ‘밀거래’가 횡행한다.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는 지난 5월14일부터 11월5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의약품 불법판매 모니터링에서 임신중절약 등 의약품 불법판매 3986건을 적발했다. 식약처의 의약품 온라인 판매광고 적발 현황을 보면 임신중절약 불법 거래는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 적발돼 200배 가까이 급증했다. 박아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안전한 임신중절약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기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온라인 불법 거래 단속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여성들이 안전한 임신중절약을 먹을 수 있도록 미프진 도입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거래된 임신중절약의 안전성은 담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온라인 불법 유통을 통해 임신중절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전체 임신중절 사례의 약 9.8%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71%는 불법 약물 복용으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시 임신중절수술을 강행한 사례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중국산 가짜 임신중절약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미프진으로 속여 불법 유통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임신중절약이 빨리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아름 집행위원장은 “임신중절약은 새로 만들어진 약이 아니라 해외에선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품이고 필수의약품이기도 하다. 왜 국내에서만 안전성을 문제삼아 도입을 미루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프지미소의 주요 구성 약물인 미페프리스톤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고, 전세계 75개 나라(2019년 기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비판에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가별로 도입 여부, 시기 등은 상이할 수 있다”며서 “환자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제출된 자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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