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석열 앞의 3가지 위기 신호
이현종 논설위원
尹 지지율 우위 속 위기 징후들
김종인 합류 거부, 이준석 침묵
당내 긴장 떨어지고 자리다툼
경선 승리 후 절박감 안 나타나
이재명의 변신에 속수무책
선거는 투표함 열어봐야 결판
요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목소리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홍준표 의원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고 컨벤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다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정권 향방에 민감한 기업들도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관망하던 공직 사회도 중립으로 돌아서는 조짐이 있다. 그러나 선거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속설처럼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진영이 승리감에 도취해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논공행상에 몰두하다가 패배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지금 윤 후보 진영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3가지 위기 신호가 있다. 첫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의 관계가 깨지고 있는 조짐이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예견됐는데 최근 갈등이 노골화했다. 결국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인선만 발표하고, 김종인은 “더는 정치 얘기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김종인은 자신과는 급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김한길·김병준을 함께 ‘신(新) 3김(金)’ 취급을 한 것에 매우 불쾌해했다고 한다.
김종인은 2012년 박근혜 후보를 돕다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금지를 놓고 박 후보와 의견 충돌을 빚었다. “박 후보 주변에 사람이 많고, 로비도 있고 하니까…”라고 발언해 박 후보가 “내가 로비를 받을 사람이냐”고 격분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결국 헤어졌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도왔으나 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결국 결별했다. 두 번이나 팽(烹) 당한 김종인은 이번만큼은 이를 반복하지 않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가 두 김 씨를 선대위에 넣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자신을 또 팽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극적 타협도 있으나 만약 김종인을 끝내 끌어안지 못하면 윤 후보는 본선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 김종인과 같은 편인 이준석 역시 최근 ‘침묵’으로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둘째, 당내 긴장감이 떨어지는 징조가 뚜렷하다. 홍준표·유승민은 아예 윤 후보 전화도 받지 않는다. 윤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의원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대선이 끝나면 바로 6월 지방선거가 있어 자리를 차지해야 미래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사례를 보면 의원이 많이 있다고 해서 선대위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아들인 래퍼 노엘이 구속되면서 캠프에서 물러났던 장제원 의원이 비서실장을 노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23일 2선 후퇴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나경원 전 의원과 김태호 의원도 선대위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물꼬는 트였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셋째, 자만에 빠지는 조짐도 보인다. 경선 과정에 5·18 발언으로 혼이 났으나 앞으로 본선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율이 정체되자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연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쇼’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은 그 절박함에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윤 후보는 경선 승리 이후 이런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경선해 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자만감에 빠질 우려가 크다. 이준석 대표는 홍준표 의원 집을 찾아가 선대위 참여를 설득하는데, 윤 후보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만 하지 삼고초려 할 뜻이 없어 보인다. 이회창 후보에 맞서 DJP 단일화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행사만 쫓아다닌다고 표가 늘진 않는다. 인간적인 호감도를 높여야 하고 메시지도 분명하게 발신해야 한다. 선대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캠프도 해체하다 보니 전략이 보이질 않는다. 주변에 쓴소리하는 참모는 멀어지고 다들 좋은 소리만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후보가 귀를 열지 않으면 참모들은 이미 권력이 된 후보에게 절대 먼저 직언(直言)을 하지 않는다.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자만하고 본선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다. 경선의 치열함보다 몇 배의 노력과 열정을 본선에 쏟아야 한다. 대선도 골프처럼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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