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게임에서 주먹으로 맞으면, 그때부터는 장난이 아닐 겁니다

최인준 기자 2021. 11.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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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 형태의 무선촉각 '테크 수트' 40개 소형 모터가 16단계로 작동, 가상 현실 속 충격 고스란히 전해

가상현실(VR)에서의 신제품 체험, 총알의 충격이 몸으로 전해지는 비디오 게임.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상 세계에서 현실처럼 다양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메타버스 체험이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화면 안 가상공간에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실제로 손과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그 반응까지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장갑을 착용해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들어 크기·무게를 가늠하거나 외부 충격을 몸으로 전달해주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입고 게임을 즐기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전문가들은 가상 세계에 접속해 실제처럼 생존 게임을 벌이는 할리우드 SF(공상과학)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가상 세계서 촉감 느끼는 장갑 개발

영국 전자기기 업체 다이슨은 지난 21일 VR 단말기를 활용해 헤어드라이어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 매장 ‘다이슨 데모 VR’ 서비스를 시작했다. 머리에 VR 단말기를 쓰고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면 가상의 온라인 환경에서 다이슨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처럼 사용해 볼 수 있다. 다이슨은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각 효과를 총동원했다. VR 기기를 쓰면 다이슨이 판매 중인 수퍼소닉 헤어드라이어, 코랄 스트레이트너, 에어랩 스타일러 등 3종의 모발 관리 제품이 눈앞에 나타난다. 손을 헤어드라이어에 가져간 뒤 제품을 쥐면 컨트롤러가 손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해 화면 속에서 손이 실제 제품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객은 제품의 크기와 재질, 색상은 물론 기능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에서 뜨거운 바람을 켜면 핑크색 연기, 차가운 바람은 파란색 연기가 나오는 식이다. 가상의 사람 모발을 손으로 들어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연출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가상공간에서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는 최근 가상현실 속 물건을 직접 만지는 것 같은 감각을 전달하는 햅틱(진동) 장갑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 햅틱 장갑은 각 손가락 안쪽에 초소형 모터가 장착된 공기주머니가 15개씩 부착돼 있다. 가상공간에서 손으로 잡는 물체의 크기에 따라 공기주머니가 팽창과 수축되는 정도를 조절해 손에 자극을 준다. 예를 들어 큰 물건을 들 때는 공기주머니를 크게 만들어 손을 강하게 누르고 작은 물체를 만지면 손에 직접 닿는 부분의 공기주머니만 미세하게 팽창한다. 감각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VR 컨트롤러 역할도 한다. 장갑 뒷면에는 사용자의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추적하는 센서가 탑재됐다. 메타는 물체의 질감·무게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 내년 상반기쯤 VR 헤드셋과 함께 햅틱 장갑도 출시할 예정이다.

메타는 최근 메타버스 분야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관련 기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3월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체하는 AR(증강현실) 손목 밴드를 공개했다. 손목시계와 비슷한 형태의 AR 밴드는 사용자가 손을 움직이려 할 때 척추에서 손으로 이동하는 전기 신호를 포착해 손 움직임을 감지한다. 손의 1mm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밴드를 양 손목에 차고 있으면 허공에서 검지와 엄지 끝을 서로 부딪치는 동작으로 PC·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할 수 있고, 책상이나 바닥을 타자 치듯 두드리면 자판도 입력할 수 있다. 나아가 메타는 실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려는 생각만 해도 각종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게임·군사훈련에 적용 활발

가상공간에서 실제와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은 게임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국내 VR 기기 스타트업 비햅틱스는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충격을 게임 사용자들이 실제처럼 느낄 수 있는 무선 촉각 웨어러블 기기 ‘테크 슈트’를 개발했다. 테크슈트 앞뒤에는 40개의 소형 모터가 장착돼 있다. 각 모터는 16단계의 세기로 움직여 게임 속에서 상대 캐릭터에게 맞거나 총격을 당했을 때 충격을 느끼게 해준다. 이 업체는 영화 속 격투 장면에서 주인공이 받는 충격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군사훈련용 메타버스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실전과 흡사한 환경에서 첨단 무기 작동법을 익히고 사격 훈련을 하며 전술 운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컴 그룹 산하 한컴프론티스는 VR 헤드셋을 활용해 공군 전투기와 육군 아파치 헬기 비행 훈련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사격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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