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본상 후보' 아쉽게 불발.."그래미 철옹성은 여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최고 귄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2년 연속 지명됐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24일 공개한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최종 후보 명단에서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히트곡 '버터'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번 그래미 어워즈 후보 발표에서 방탄소년단이 유력 후보로 거명되던 '올해의 레코드' 부문에는 노미네이트 되지 못했다. '올해의 레코드'는 '제너럴 필즈'로 통하는 그래미 4대 본상 중 하나다. '올해의 레코드'를 비롯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노래',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가 그래미 4대 본상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와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 등 현지 언론들은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올해의 레코드' 후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버터'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0주간 1위를 차지하는 등 올해 팝계를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상은 불투명해도 후보군에는 무난히 입성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즈의 높은 장벽은 높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도 그래미 어워즈의 폐쇄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나오고 있다.
아티스트, 작사가, 제작자 등이 속한 음악 전문가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1959년부터 주최해온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최고 귄위를 인정 받는다.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중 투표권을 가진 회원 1만1000여 명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미국이 팝의 본고장인 만큼 세계 대중음악계 시상식의 성지로도 통한다. 축음기의 모양을 딴 트로피가 상징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수상했다.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그래미 어워즈' 수상만 남았다.
특히 지난 5월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셀링 송'과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를 비롯 4관왕, 최근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선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비롯 3관왕을 차지했다.
만약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게 된다면 미국 3대 대중음악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래미 어워즈가 음악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건, 음악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빌보드 차트가 기반이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대중 투표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미 어워즈는 음반 판매량과 음원차트 순위를 따지기 보다 음반과 곡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특히 음악가가 동료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에 따라 많은 음악가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철옹성'이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적 사각지대'를 드러나며 여전히 한방향으로 매몰돼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보수적인 미국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다.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류가 아닌 음악에 인색했다.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백인이 아닌 음악가는 R&B 또는 랩 등 다른 장르 카테고리로 치부돼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작년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힙합 가수 제이지, 과거 제이지의 아내인 비욘세가 '레모네이드'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에 밀려 주요상을 휩쓸 지 못했던 상황 등이 예다.
재작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미국의 래퍼 겸 프로듀서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주요상 2개를 몰아주며 이런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는 했다.
또 올해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로 흑인 여성 가수 허(H.E.R.)의 '아이 캔트 브리드'를 선정하고, 신인상 역시 흑인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에게 안기면서 흑인 아티스트에게 대거 빗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촉발된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뮤지션을 아직 외면하는 인상이 짙다. 캐나다 출신의 R&B 솔 팝스타 더 위켄드가 '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이변'이 예다.
실제 위켄드는 지난해 초 발매한 정규 4집 '애프터 아워스'와 수록곡 '블라인딩 라이츠' 등으로 올해 차트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지난달 출연했다. 그럼에도 위켄드는 그래미 4대 본상은 물론 R&B 등 세부 장르의 어느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대중적인 인기만 보고 표를 던지는 것에 주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주최 측이 지난 5월 그래미 어워즈 후보 선정을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비밀 후보 선정 위원회를 없애기로 하면서 방탄소년단 같은 대중적인 팀에 더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에 '버터'가 '그래미 어워즈'의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들지 못한 이유로 '버터' 멜로디를 둘러싼 외국 작곡가의 이중 계약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난 7월 '버터' 작곡에 참여한 외국 작곡가가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앞서 다른 뮤지션에게 비슷한 멜로디를 판매한 '이중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불거졌다. 빅히트뮤직은 당시 "'버터' 관련 저작권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권리 측면에 있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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