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8]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이 뭐지?” “공산주의를 실현하고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는 겁니다.” 그녀가 미지근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치 석탄불 위에 옅게 올려진 얼음과도 같았다. 류롄이 솔직하게 대답하라며 다시 한번 정색하고 물었다.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은 뭐지?” “승진입니다.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데려왔으면 합니다.” -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에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이 화제다. 그는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국민교육헌장의 문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친여 성향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피해와 불쾌감을 주고 공산권 국가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비난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요리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사단장의 사택에서 일하는 취사병 우다왕은 하루빨리 당의 인정을 받아 가족을 도시로 데려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단장이 장기 출장을 간 사이, 그의 젊은 아내 류롄과 내연 관계를 맺고 처음으로 내면의 욕망을 깨닫는다. 그는 꿈을 묻는 류롄에게 처음엔 공산주의 사회의 이상을 말하지만 결국 자기의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중국의 작가 옌롄커의 재미있는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에 출간되자마자 전량 회수되었고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5금 조치를 당했다. 내밀한 개인의 사생활과 인간 감정까지 통제하는 공산당의 허상을 남녀의 성애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데다,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마오의 정치 슬로건을 조롱했다는 이유였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역사상 없었다. 소련과 중공,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모르는 국민도 없다. 중국 진출 20년 만에 이마트를 철수했던 기업인의 소신을 누가 뭐라 할 수 있나. 오히려 진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의 발언 이후 많은 사람이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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