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수능은 공정한가, 공교육은 공정했는가
[경향신문]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 두 번째 코로나19 수능이었다. 수능 출제 위원장은 모의평가 결과 수험생 사이의 학력 격차 특징이 발견되지 않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문제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과 입시전문가 사이에선 어려운 수능이었다는 말이 돌았다.
다시 질문한다. 수능은 공정한가? 공교육은 또한 공정하였는가? 공교육이 공정하였다는 가정하에서만 수능의 공정성을 얘기할 수 있다. 교실은 학생들에게 교육 환경의 동일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교실 환경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다르고, 특목고와 일반고가 다르다. 온라인 수업이 주류였던 팬데믹 기간의 수업환경은 학생 개개인이 처한 가정환경까지를 고려하니 교육의 공정성에 더욱 강한 의문이 생긴다. 인터넷 속도와 품질, 그리고 온라인 수업 기기의 성능이 수업의 질에 반영되고, 학생의 공부방 환경이 학습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공교육이 개인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면 교육이 온라인으로 바뀌면 이야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학생 성적 분포도가 호리병 모양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중간 성적층의 학생 수가 줄어들고, 이들이 호리병 바닥 또는 위로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이동의 뿌리에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부모의 수입 규모와 사교육 지출 비용이 학습 효과와 성적 분포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수없이 무너져간 자영업자를 부모로 둔 자녀들은 이런 사교육 시장에서도 멀어져갔다. 이래도 팬데믹 기간의 공교육이 공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코넬대학은 작년에 이어 팬데믹 기간인 올해도 학생들의 표준화된 성적(SAT 혹은 ACT 성적)을 입학 사정 과정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고 밝혔다. 농생명과학대학, 건축대학과 경영대학은 학생들의 표준성적 제출을 아예 없앴고, 나머지 대학은 성적 제출을 학생 자율에 맡겼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시험 결시 및 정상화된 공교육 미시행으로 인한 학생들 간의 불평등이 원인으로 제기된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여 공교육이 공정성을 이루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고, 수능 2회 실시 등을 교육 공약으로 내걸었다. 안철수 후보도 수시 폐지와 내신성적이 들어간 수능 점수를 기반으로 한 입학전형을, 윤석열 후보는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및 정시 비중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이재명 후보 역시 전반적 분위기가 정시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모양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해에는 자기소개서, 진로활동,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을 쓰는 것도 금지된다. 교사가 써 주는 학생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만 표기되어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이 축소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이 폐지 내지는 축소되는 경우 비수도권 일반고가 받는 진학률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표준화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기로 한 대학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대학 130여곳이 성적 미제출 전형에 참여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과 비슷한 내신 성적과 교과목 외 활동, 그리고 지원 동기를 포함한 자기소개서 등의 수필과 선생님의 추천서가 합격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에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 내지는 부모 찬스라는 불명예 때문에 중요성이 퇴색하는 분위기다. 여러 문항 가운데 정답 하나만을 골라내는 시험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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