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두환씨냐 前 대통령이냐 '온도차'..조문 놓고도 혼선

박준호 2021. 11. 2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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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재명·심상정 "전두환씨"…윤석열·안철수 "전 대통령"
尹, 조문 '간다→안간다' 번복…다른 대선후보들은 안 해
민주당, '전 대통령→씨' 호칭 수정, 애도 표현 뒤늦게 삭제
국민의힘, 당대표는 조화 보내…원내대표는 직접 조문 예정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2021.11.23.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군사 정권을 세웠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하자 정치권에서는 각 진영에 따라 애도에도 온도차를 드러냈다.

'전두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는 '전(前) 대통령' 혹은 '전두환씨'로 호칭을 달리 했다. 또 조문을 할 지, 안 할지를 놓고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12·12 군사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등 숱한 과오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 사이에서 정치권도 갈피를 못 잡고 역풍을 경계하며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자 중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전두환씨'로 지칭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 공약 발표 후 조문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우선 (호칭은) 전두환 씨(氏)가 맞는다"며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며 "최하 수백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입장문을 내 "전두환씨가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며 "성찰 없는 죽음은 그조차 유죄"라고 비난했다.

이어 "역사의 깊은 상처는 오로지 광주시민들과 국민의 몫이 됐다"며 "역사를 인식한다면 국가장 얘기는 감히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호칭은 '전 대통령'으로 예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대선 경선 후보들과 오찬 회동을 갖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를 표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 성장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1.23. photo@newsis.com

또 조문 계획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전직 대통령이시니까…가야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 윤 후보는 전 전 대통령 조문을 간다고 했던 입장을 2시간 만에 철회하고 '조문을 안 간다'고 말을 바꿨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단에 보낸 공지를 통해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광주를 방문해 사과까지 한 마당에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조문을 하게 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도 페이스북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를 표했다.

다만 "고인의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내 인정하지 않고 국민께 사과하지 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국민과 함께 조문할 수 없는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직접 조문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 정당에서도 혼선을 빚긴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당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의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적었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두환씨'로 호칭을 수정한 후 다시 '애도를 표한다'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국민의힘은 전 전 대통령 사망에 관한 당의 공식 논평을 일절 내지 않았다. 대신 지도부의 조문은 엇갈렸다. 이준석 대표는 조문 대신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한 반면, 김기현 원내대표는 2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직접 찾아가 조문을 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여했던 후보자들과 오찬을 위해 2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11.23. photo@newsis.com

국민의당은 당 차원의 애도 논평을 내는 대신 당 지도부 차원의 조문은 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조문도 조화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에서 '전두환 조문'을 놓고 혼선을 빚은 가운데 홍준표 의원은 청년들에게 조문 여부를 묻기도 했다.

홍 의원은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저의 제 2고향인 합천 옆 동네 분이시다"라며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조문을 가는 것이 도리라고 보는데 어떻느냐"고 조문을 갈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청년들은 "전두환이라는 사람 이미지는 굉장히 나쁘다", "조문 간다고 전두환을 사랑한 게 되냐"며 조문을 놓고 찬반 입장으로 갈렸다.

앞서 홍 의원은 청년플렛폼에서 '전두환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평을 해 달라'는 요청에 "제 두번째 고향이 합천인데 전 대통령은 제 옆동네 분이었다"고 답했다.

또 "1986년 청주지검 초임검사때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인) 전경환 새마을 사무총장이 '청와대 파견검사를 해 주겠다'며 '찾아오라'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거절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때 거절했기 때문에 1988년 11월, 5공비리 사건 중 노량진수산시장 강탈사건을 수사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빚 진 것이 없었기에 전 전 대통령의 친형 전기환씨와 관련된 사건에 손을 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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