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서 상품권 3억여 원 실수로 폐기..직원들에게 "대출받아 메꾸라"

[KBS 대전] [앵커]

충남의 한 축협에서 현금으로 바꿔야 할 상품권 3억 4천만 원어치를 직원들 실수로 잘못 폐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그 다음 축협의 일처리 과정인데, 축협은 관련 직원 6명에게 5천만 원씩 대출을 받아서 손실을 메꾸도록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연선 기자입니다.

[리포트]

충남의 한 축협입니다.

지난 6월, 환전이 끝난 지역 상품권을 파쇄하는 작업 도중, 아직 환전을 하지 않은 상품권 3억 4천만 원어치가 함께 파쇄됐습니다.

시장 등에서 사용된 뒤 회수된 상품권은 일련번호를 조폐공사에 입력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은 뒤에 파쇄를 해야 하지만, 직원들의 실수로 환전을 마친 상품권과 환전을 하기 전의 상품권이 뒤섞인 겁니다.

[이 모 씨/당시 상품권 담당 직원/음성변조 : "A4용지 상자 안에 그 상품권을 넣어뒀고, 상자 밖에는 그 어떤 메모나 표시를 하나도 안 해뒀고요, 인수인계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해당 축협은 조폐공사 등에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상품권이 파쇄된 이상 현금 환전은 불가하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손실을 안게 된 축협은 사고를 공식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은폐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축협 임원들은 관련 직원 6명에게 5천만 원씩 대출을 받아 손실을 메꿀 것을 지시했습니다.

[A씨/해당 축협 임원/사고 당시/음성변조 : "이렇게 5천만 원씩 할 때 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사람이 너무 곧이곧대로 짜여진대로 가는 것도 결과론적으로 볼 때는 피해가 될 수도 있어."]

정식 절차를 거쳐 사고를 수습하자고 주장한 직원은 갈등을 빚다 사표를 냈고, 축협은 이 직원에게 손해액 3억 4천만 원 전액을 변상하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냈습니다.

[이 모 씨/당시 상품권 담당 직원/음성변조 : "정식으로 감사를 받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걸 묵인하고 이제 와서 저한테 전액을 변상하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논란이 일자 해당 축협은 뒤늦게 농협중앙회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박연선입니다.

촬영기자:홍성훈

박연선 기자 (zio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