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현안 회피한 '국민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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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출연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하며 "임기가 6개월 남았는데 저는 아주 긴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2021년 임기 말의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과의 대화' 이튿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질문 내용을 미리 알 수 없었고, 문 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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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출연했다. KBS는 ‘국민과의 대화’를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해 KBS1 채널을 통해 생방송했다. 대통령이 2년 만에 국민과 마주한다고 했을 때, 시청자는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을 기대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 외에도 페미니즘 갈등, 대장동 개발 의혹, 고발사주 의혹,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하며 “임기가 6개월 남았는데 저는 아주 긴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질의는 코로나19에 집중됐다. 이른바 ‘K-방역’의 성과는 대통령님의 지도 덕분이라는 국민 패널의 격려에, 문 대통령은 “우리 온 국민이 함께 이룬 것”이라고 맞받았다. 대화 주제를 ‘일상 회복과 민생 경제, 포스트 코로나’로 잡은 탓도 있겠지만 핵심 현안인 청년실업과 부동산 문제, 요소수 부족 사태는 짧게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고용이 지난달까지 대체로 회복됐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자평했다. ‘임기 중 아쉬웠던 점’에 대한 질문에는 부동산 대책을 꼽았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질문을 더 받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괜찮다”고 답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관련 질의로 ‘국민과의 대화’는 마무리됐다.
KBS는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연령과 성별, 지역 등을 고려한 300명의 ‘국민패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진행자인 정세진 아나운서는 방송 중간중간 질문과 답변에 “각본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불편한 질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백신 접종 인센티브’는 언급됐지만,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의견은 없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 가짜뉴스 대책’은 언급됐지만, ‘백신 부작용’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시계추를 18년 전으로 돌려본다. 지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게는 불편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검사들이 일부러 노 전 대통령의 약점을 거론해 깎아내린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선을 넘나드는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피하지 않았고 거침없는 답변은 화제가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그리고 2021년 임기 말의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검사와 국민 패널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18년 전 그때의 진솔함을 기대했던 국민이라면 이번 ‘국민과의 대화’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을까.
더구나 지금은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 정권의 성과를 홍보한다면 여권 대선 후보를 밀어준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민과의 대화’ 이튿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질문 내용을 미리 알 수 없었고, 문 대통령은 비교적 솔직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예고됐던 ‘자화자찬 의혹’에는 KBS의 책임이 크다. KBS는 “각본은 없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불편한 현안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외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판을 짰어야 한다. KBS가 또다시 ‘K-방역 자화자찬’의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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