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던 어린이집의 변신 "집보다 좋아요"

이성희 기자 2021. 11. 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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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1년 된 ‘구옥’ 도봉도선어린이집
서울시 ‘그린리모델링’으로 에너지 효율·환기 개선

서울 도봉도선어린이집은 준공한 지 31년 된 노후건물(아래 사진)이었으나 지난 8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태어났다. 노후한 외벽 단열을 보강하고 고효율 냉난방시스템과 자동 공기순환 장치 등을 설치했다. 서울시 제공

“어린이집이 우리집보다 예뻐서 좋아요. 다 좋아요.” 7세 은솔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깨끗해져서 좋아요”라고 주용이가 거들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했는데 이젠 안 넘어져요. 에어컨 환기도 잘돼요”라며 윤이도 말을 받았다. 지난 18일 서울 도봉구 도봉도선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최근 몰라보게 달라진 어린이집을 자랑하느라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도봉도선어린이집은 원래 준공한 지 31년 된 노후 건물이었다. 겨울이면 결로가 발생했다. 여름에는 에어컨 여러 대를 연신 돌려도 더웠다. 건물 외관이 붉은색 벽돌로 돼 있어 어린이집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곳에서 22년째 근무 중인 조인희 원장은 “뭔가를 고치고 싶어도 경제적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랬던 곳이 지난 8월 샛노란색 ‘그린빌딩’으로 탈바꿈했다. 그린리모델링 사업 덕분이었다. 그린리모델링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국공립어린이집 등 노후 공공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고성능 단열·창호를 보강하고 고효율 보일러 및 친환경 환기시스템 등을 설치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조 원장은 그린리모델링 후 달라진 어린이집의 가장 큰 변화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안심이 된다”는 말로 설명했다. 어린이집에는 만 1~5세 어린이 79명이 생활한다. 아이들이 뛰다보면 내부 공기가 탁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환기도 자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린리모델링을 하며 친환경 자동환기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공기청정기에 나타나는 수치는 최근 거의 ‘좋음’이다.

냉·난방비 부담도 줄었다. 건물 외벽 단열을 보강한 데다 모든 전기제품을 에너지효율 1등급으로 바꿨다. 조 원장은 “원래 벽에서 찬바람이 나왔는데 요즘은 보일러를 잠시 꺼도 한기를 못 느낀다”며 “2층은 여름마다 15평짜리 에어컨 2대를 틀어도 더웠는데 올해는 에어컨 1대만으로 지냈다. 아이들이 덥다고 하지를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린리모델링 후) 덜 춥고 덜 더운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통상 그린리모델링을 하고 나면 에너지 성능은 30% 이상 높아진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을 시원하게 통창으로 바꾼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물론 창호는 고효율 단열창이다. 창밖으로는 도봉산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조 원장은 “아이들이 계단 중간에 앉아서 바깥 구경을 한다. 비 오는 모습이나 나뭇잎 색깔 변하는 걸 보는 것”이라며 “전체적인 시야가 넓어지면서 아이들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1485억원을 투입해 노후 경로당과 국공립어린이집 515곳의 에너지 효율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 지역 온실가스 배출의 68.8%가 건물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노인과 영·유아가 이용하는 공공건물의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면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정도를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시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기후변화 정책 목표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이를 위해 그린리모델링 등을 통해 저탄소 제로에너지빌딩 전환을 추진하는 ‘그린빌딩’을 비롯해 보행 친화도시를 넘어선 ‘그린모빌리티’, 녹지 확보를 통해 온실가스 상쇄하는 ‘그린숲’,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는 ‘그린에너지’, 폐기물 원천 감량 및 직매립을 제로화하는 ‘그린 사이클’ 등 5개 주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공공분야 건물의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추진해 (사업 취지를) 민간영역으로 확산하고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쾌적하고 건강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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