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한마디에 스토킹 가해자 체포한 경찰, 피해자가 5번 신고한 그땐 왜..
[경향신문]
서울 광진구선 현행범 구속
‘미온 조치’ 중구 사건과 대조
조사·체포 지침 구체화해야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서울 광진구에서 “한 달 전에 내가 줬던 반지를 내놓으라”며 피해자의 근무지에서 난동을 피운 40대 남성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A씨가 “피해자에게 보복하는 것도 내 권리”라고 진술하자 경찰은 보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구속됐다. 경찰은 “A씨는 다수의 전과가 있고 범행 당시 누범기간(형 집행 종료·면제 후 3년)이었기에 긴급체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는 데이트폭력과 스토킹을 일삼다가 서울 중구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B씨가 살해 전까지 한 차례도 경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B씨에 대한 경찰의 사전 조치가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는 이유다.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경찰의 조사·체포 지침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스토킹 및 협박 피해를 입다가 살해당한 C씨는 올해 B씨를 경찰에 5번 신고했지만 B씨는 한 번도 경찰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C씨는 지난 7일 “B씨와 같이 있는데 힘들다”고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은 B씨를 정식으로 조사하지 못했다. B씨가 임의동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B씨에게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처벌받는다”는 구두경고만 했다. 경찰은 C씨를 임시숙소로 대피시키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고, B씨는 귀가조치했다.
경찰은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당사자들의 진술이 다르고 협박 및 스토킹 행위와 관련한 폐쇄회로(CC)TV 화면 등 직접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앞서 C씨는 작년 말 부산에서, 올해 6월 서울에서 각각 주거침입으로 B씨를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이렇게 C씨가 B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정황이 있는데도 경찰이 B씨에게 취한 것은 C씨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가 전부였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스토킹범죄의 재발이 우려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 등 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경찰은 잠정조치 단계 중에서도 B씨에게 낮은 수위의 제재만 가한 것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23일 “이전에 신고 이력이 여러 차례 있고 법원에서도 잠정조치 통보를 했으면 그 자체로 충분한 증거이기 때문에 피의자를 입건해 조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체포하거나 긴급체포했을 때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능해지면 가해자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때 피해자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가해자를 소환해 조사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과정에 대한 지침이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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