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주문한 물건은 벌써 왔는데..마트 기사 보호는 '아직도 멀었네요'
[경향신문]
택배기사처럼 일하지만 ‘유통업’ 분류
‘생물법’ 적용 안 돼…정부 대책은 잠잠
새벽배송, 자정 내 배송, 주문 후 1시간·2시간 내 배송. 최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내놓은 상품 배송 서비스들이다. 반면 물건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배송기사 보호에 대한 논의 속도는 더딘 실정이다. 노동계는 마트 배송기사가 택배기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에 포함시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물류센터에서 점포나 음식점,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기사 규모는 10만명으로 집계된다. 마트들은 근래 오프라인 점포는 없애거나 사실상 물류센터로 전환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마트 배송기사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형마트와 기사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대형마트는 운송사와, 운송사는 기사와 운송에 관한 위탁 계약을 맺는 구조다.
택배기사의 경우에는 생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지난 1월 제정된 생물법은 운송 위탁 계약 6년 보장, 표준계약서 작성, 안전·보건 조치, 휴게시설 설치 등 택배기사 보호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마트 배송기사 보호에 관해서는 법 규정이 없다. 업무적으로 택배와 유사하고, 물류와 유통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생물법에 마트 배송기사도 포함시키자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개정이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답변서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종사자 보호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유통사업자는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유통업)로서 생활물류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통배송종사자를 생활물류종사자로 규정하더라도 종사자 보호 규정을 강제할 근거가 없어 개정 실익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산업 노동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유통산업 태스크포스(TF)는 두 차례 공식 회의 이후 잠잠하다. 일자리위는 지난 8월 TF 발족 때까지만 해도 “향후 2개월 정도 집중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내놓은 게 없다.
마트 배송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센 노동강도는 지난 6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마트 배송기사 3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응답자의 59.6%가 한 달에 26일 이상 30일 미만 일했다고 답변했다. 하루 평균 31~40건을 배송하며, 노동시간은 하루 10~11시간 미만이 35.5%, 11~12시간이 33.3%, 12시간 이상이 15.1%였다.
응답자의 70.1%는 용차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아파도 참고 일했다고 했다. 마트 배송기사들은 일을 쉬려면 대체 인력을 직접 구해야 한다. 특히 새벽배송은 오후 9~10시에 출근하는 야간 노동이다.
마트 배송은 내용물로 식품이 많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요구된다고 한다. 노조 쪽에선 마트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주문 확인과 배송 지정이 이뤄지고, 조기·지연 배송 건수를 따져 기사의 업무 평가에 반영하며, 차량 점검을 마트에서 한다는 등의 이유로 마트가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한다고 보고 있다. 새벽배송을 하는 한 노동자는 일요일 배송이 생기면서 13일 연속으로 근무하는 기사들도 생겼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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