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새 장을 연다] 가상자산도 또 하나의 금융업.. 제도권 진입으로 가치 인정받아

황두현 2021. 11. 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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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라진 가상자산 투자환경
비트코인, 2013년 11월 151만원까지 급등.. '투자처'로 주목
올 3월 거래투명성 강화 '특금법' 통과.. 사업자도 존립 기반
업비트·빗썸 하루 거래량 10兆.. 코스피 거래대금 11兆에 육박
金대체 인플레 헷지수단 주목.. 업계 "업권법 제정 산업 육성"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연합뉴스

세계적인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투자가 아닌 투기', '가치가 없는 망상' 이라며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저평가된 가치주를 장기 보유해 높은 수익률을 얻는 버핏의 투자전략을 고려할 때 내재가치를 정확하기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은 그에게 난해한 상품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전망과 달리 가상자산은 말 그대로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9일 국내 가상자산거래량 2위 빗썸을 마지막으로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이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획득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근거해 가상자산의 매도·매수, 중개·알선 등이 법적인 근거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처음 시작된 건 2013년 4월 코빗이 원화마켓을 개설하면서부터다. 이후 4년여간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은 '자산가치'보다는 '결제수단'으로 평가받았다. 같은해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가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고, 국내 외식업체들도 알트코인 등으로 가맹점 결제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달 18일 기준 가상자산 사용처 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맵에 따르면 서울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제공하는 가맹점은 70여곳, 음식점뿐만 아니라 의류점, 금 판매소, 안경점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가맹점은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어 지금도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곳은 소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역설적이게도 가상자산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결제' 관점이 아닌 '투자처'로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3년 10월 14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해 11월 151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2017년 4월까지 150만원선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해 5월 사상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2485만원이라는 경이적인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비제도권' 자산에 투자자금이 몰리자 급기야 정부는 '암호화폐(가상자산)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며 거래소 폐쇄 의지를 표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당시는 '박상기(전 법무부 장관)의 난'으로 회고된다.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30%이상 폭락했고 정부도 '관계기관 합동 가상통화 대응 TF'를 구축했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고 대응방향을 논하기 위해서 였다.

이후 급격히 떨어진 가상자산 가격, 관련법 폐기 등 변수로 관련 논의는 수년간 표류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가격 상승세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마침내 올 3월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방지 위험을 사단에 차단한다'는 성격의 특금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사업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됐고, 거래소 등 사업자도 정부로부터 사업자로 인정받아 존립 기반을 갖췄다.

◇ 삼성전자 뛰어넘은 비트코인, 가입자 1000만명 눈 앞=시장도 급성장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세계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305조원,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444조원)를 훌쩍 넘어선다.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대체코인)을 포함한 시총 규모는 이달 초 3조달러(한화 3530조원)를 넘어섰는데,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2268조원·2020년말)을 상회한다.

특히 국내에는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 업비트가 전세계 거래량 5위, 빗썸 18위에 올라있다. 두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10조원으로 지난달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 11조원에 육박한다. 지난달에는 한시적으로 코스피 거래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맞먹는 자산이 회전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월말 기준 업비트의 가입자는 830만여명에 이르고 빗썸(310여명), 코인원(100만여명) 등을 합치면 1000만명에 육박한다. 코인마켓(코인 간 거래)으로 사업자 신고를 한 고팍스(56만여명), 후오비코리아(33만여명) 등에도 상당한 가입자가 분포돼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거래소 신규 가입자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데, 지난 10월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지금은 고객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내 비트코인 ETF 6종 출시, '21세기 금' 전망도=가격 급등과 이용자 증가에 더해 비트코인은 금융상품으로서의 지위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자산운용사 '프로쉐어즈'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현물 가격이 아닌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계약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지만,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선물계약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리·감독 대상이기 때문에 금융상품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최근에는 미 달러화 약세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지속될 때 상대적으로 금값은 이전보다 60%가량(5만원→8만원) 오르는데 그쳤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원대에서 8000만원대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미국 씨티은행 애널리스트 톰 피츠패트릭은 "비트코인은 21세기 금이다"라고 평가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니콜라오스 파니기르트조글루는 이달 초 "인플레이션 헷지수단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사용자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제도화 선봉 '가상자산거래소', 의무 강화=가상자산 제도화의 기틀 마련과 함께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의 의무도 강화돼 거래의 안전성도 높아졌다.

22일 기준 국내에서 원화를 통해 가상자산을 사고 팔 수 있는 거래소는 4곳이다. 이들은 특금법에 따른 '금융회사'로서 '고객확인의무(KYC)'나 '트래블 룰(거래소 간 정보교환)'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KYC란 금융회사 등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거래 또는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의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고객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실지 명의와 주소, 연락처, 업종 그리고 실제 소유자 및 금융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여 고객에 대해 합당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 전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지명의 고객확인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후에도 일부 사례에 한해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특금법 감독규정(23조)에 따르면 거래소는 종업원이나 학생 등이 일괄적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나 보험금 지급을 위한 청구권이 행사될 때, 일회성 금융거래 합계액이 일주일 내 2000만원이상일 때에 한해 고객확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수리를 획득한 업비트와 코빗은 고객확인제도를 시행했고, 최근 수리를 획득한 코인원 역시 오는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빗썸 연내 시행을 예고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본인인증과 기타정보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거래와 입출금 서비스 이용을 제한받게 된다"고 말했다.

신고수리 획득만으로 가상자산사업자의 의무가 끝난 건 아니다. 사업자들은 거래소 간 자산을 주고받을 때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받는 사람의 고객 정보 등도 같이 보내는 시스템, 이른바 '트래블 룰'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이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입장이다. 업비트는 자체적으로, 빗썸·코인원·코빗은 합작법인 '코드'를 출범해 트레블 룰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절반의 제도화' 남은 과제는=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시장 확대에도 남은 과제는 많다. 먼저 가상자산은 아직 '절반의 제도화'에 그치고 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을 '자산'이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수행해야하는 금융회사의 하나로 보지만, 가상자산의 금융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시장을 하나의 금융업으로 보고 산업 발전을 불러일으킬 '업권법' 제정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제도가 구비되어 있다. 스위스는 ICO(가상자산 공개) 지침을 발표했다. ICO란 가상자산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행위로 국내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가상자산의 3가지 유형으로 정의했다. 유럽연합(EU)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여야 의원의 발의로 '가상자산 산업 기본법(윤창현)',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법(민형배)' 등 다수 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장기간 계류되어 있다. 국내에서 관련법이 제정될 경우 '가상자산'만을 규정한 법으로는 전세계에서 최초인 만큼 이목이 집중된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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