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머리로 쓰지 않고 발로 주웠다는 詩

박영서 2021. 11.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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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많은 이야기가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다. 그래서 오래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의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서울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이 문학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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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詩 홍찬선 지음 / 스타북스 펴냄

"서울은 많은 이야기가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신화로 탄생한 도시다. 그래서 오래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의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서울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이 문학예술 창작의 소재와 주제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도시인 서울의 100곳을 시로 소개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광화문광장, 어린이대공원, 서울숲, 청계천, 인사동, 인왕산, 잠수교, 학림다방, 국립중앙박물관, 낙원상가, 마로니에공원, 해방촌, 테헤란로, 삼청동 등 서울 100곳을 직접 찾아 다녔다.

저자는 서울이 '양파'와 같다고 말한다.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 곳에서 저자는 과거에서 현재를 찾고, 현재에서 미래를 가늠해보는 특별한 '작업'을 했다. 서울의 다양한 장소와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를 시로 소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광화문광장'이란 시에서 "그것은 광장이 아니었다 / 이리 가도 막히고 저리 가도 불통, 해마다 붉은 옷 입고 가슴 깨우치던 / 종소리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노래한다.

저자의 시론(詩論)은 독특하다. 그는 "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시는 발로 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품을 팔아야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몸품을 팔아야 알 수 없었던 맛을 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집도 그렇고, 이전의 시집 '남한산성 100처 100시', '가는 곳마다 예술이요 보는 것마다 역사이다', '아름다운 이 나라 역사를 만든 여성들'도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난해한 어구, 화려한 기교, 과장된 시어가 없다. 느끼는 감정들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고 평이하게 표현할 뿐이다. '현장의 시인'이 직접 르포해서 가슴으로 쓴 100편의 시를 읽노라면 광화문 광장은 그냥 광장이 아니고, 인사동은 그냥 동네가 아니다. 독자들은 편히 앉아서 문화적으로 큰 유익을 경험하면 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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