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BTS·지옥, 한류의 승승장구
방탄소년단(BTS)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이하 AMA)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를 포함한 3관왕에 올랐다. 최고의 인기곡에 시상하는 페이보릿 팝 송(Favorite Pop Song)상도 받았다. 올해 최고의 노래를 낸 최고의 아티스트로 뽑힌 셈이다.
오르기만 해도 영광인 무대에서 공연을 두 번이나 했다. 한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밴드인 콜드플레이와 함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불렀고 또 한번은 '버터(Butter)'를 불렀다. 콜드플레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도 의미가 크고, '버터'는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엔딩 공연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방탄소년단은 완전히 이번 AMA의 주인공이었다. '마이 유니버스' 공연에선 한국어 가사를 소화하기도 했다.
그래미 시상식, 빌보드 시상식과 더불어 AMA를 흔히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는다. 그렇게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건 방탄소년단이 그만큼 크게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일회적인 사건도 아니다. 2017년 AMA에서 '디앤에이(DNA)'로 미국 TV 데뷔를 했고 이후 매년 1개 부문 이상에서 상을 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그렇게 저변이 탄탄하게 다져졌기 때문에 현재의 인기가 거품처럼 꺼질 것 같진 않다.
그래미 시상식이 작품성을 따지면서 보수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면에, AMA는 대중의 인기를 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의 수상에 좀 더 유리했던 측면도 있다. AMA 대상 수상은 현재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 주류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상에 올랐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므로 작년에 후보 지명만 하고 상까지는 주지 않았던 그래미도 이번엔 방탄소년단을 외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방탄소년단과 함께 공연한 콜드플레이는 음악성도 높게 인정받는 슈퍼 밴드다. 그런 밴드와 함께 공연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에 그래미가 더욱 방탄소년단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서구에선 한국 아이돌을 폄하하는 시각이 있었다. 공장식 기획사 시스템에서 찍어낸 10대용 상품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번에 AMA의 일개 부문이 아닌 대상까지 받으면서 방탄소년단을 향한 서구 주류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거기에 향후 그래미까지 받게 되면 그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한류의 존재감도 더욱 커질 것이다.
연상호 감독의 드라마 '지옥'도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1위에 오른 것이다. 그 직전까지 '오징어 게임'이 1위였는데 한국 드라마끼리 1위를 주고받았다. 우리 콘텐츠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지옥'이 공개되자마자 즉각 1위에 오른 것은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과 연관이 있다. 그렇게 커진 기대감 속에서 K-좀비물 '부산행'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 나온다고 하자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지옥'의 설정도 호기심을 자아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떤 존재가 죽음을 예고하고, 예고된 날 실제로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을 해친다는 내용이다. 죽음을 예고하는 존재를 '천사', 괴물들을 '저승사자'라 부르며 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의 징벌이라 여기는 신흥종교 집단이 번성한다. 그를 따르는 광신도들이 신의 이름으로 폭주한다.
이렇게 불가해한 현상에서 공포를 느끼다 종교를 만들고, 광신도들이 등장해 폭력사태를 일으킨 것이 인류의 역사다. 이건 보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지옥'의 설정이 많은 나라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사법제도가 죄인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지옥'에 나오는 저승사자의 징벌도 주목 받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지옥'이 공개 직후 넷플릭스 드라마 세계 1위에까지 올랐다.
이렇게 한국 가수와 드라마가 잇따라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이 더욱 '핫'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 NBC는 '오징어 게임' 직후 "K-팝 가수, 한국 배우, 한국 영화 제작자, 한국 운동선수 등 한국 인재에 대한 수요가 너무 많기 때문에 미국의 모든 회사가 그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을 찾으려 혈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번 성과로 그러한 한국 열풍이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놀라운 승승장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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