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요소수 사태와 해외 공급망 리스크

김충제 2021. 11. 23. 18: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차량용 요소수 품귀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의 잠재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예기치 못한 요소수 부족 사태로 가격이 크게 치솟고 국내 물류업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다양한 대책을 통해 다행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수급 불일치가 이번이 마지막이거나 요소수 한 품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차량용 요소수 품귀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의 잠재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예기치 못한 요소수 부족 사태로 가격이 크게 치솟고 국내 물류업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다양한 대책을 통해 다행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수급 불일치가 이번이 마지막이거나 요소수 한 품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의 높은 해외의존도가 가진 취약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뿐,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 부족 사태의 원인을 살펴보자.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 장착되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을 감축하는 데 쓰이는데 요소수의 주원료인 요소는 석탄에서 추출한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했지만 채산성을 이유로 더 이상 국내에서는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대부분 중국산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석탄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석탄을 활용한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취해지자 국내 수급에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소수 품귀현상의 근원은 미중 간에 벌어지는 패권경쟁이다. 2018년 호주 정부가 미국을 따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고 지난해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면서 호주와 중국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미국 편에 선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이 여파로 중국에서는 전력난이 발생하고 요소 생산도 감소하면서 그 불똥이 한국에 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만 유독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까? 국내생산 중단과 수입선 집중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국내생산 비중이 80%에 달해 해외의존도가 낮고 수입선도 다양하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와 달리 이번 요소수 사태는 중국이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다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다양한 제안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미 국제적 분업의 확대로 촘촘하게 짜인 글로벌 공급망에서 국내생산 확대와 공급원 다변화는 필연적으로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국제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미중 패권경쟁의 심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보건 위험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현상은 더 이상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상수가 되었다.

결국 불확실성이 커진 국제통상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지가 관건이다.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이 잘 작동할 때는 비용절감 효과가 크고 효율적이지만 한번 충격이 오면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단기적 효율성을 따라가는 민간과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 구분과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