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인플레 걱정인데 나홀로 디플레와 싸우는 日

조은효 2021. 11.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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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일본 경제가 '나홀로'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년간에 걸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물가 수준이 제약됐고, 이로 인해 저임금·저물가로 저성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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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월 물가 0.1% 인상 그쳐
저임금-저물가-저성장 악순환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선 것과 달리, 일본 경제가 '나홀로'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년간에 걸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물가 수준이 제약됐고, 이로 인해 저임금·저물가로 저성장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미국 등 주요국 상황과 동떨어져 0%대를 가리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들의 '가격 압박 메커니즘'에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2% 올라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역시 4.1%나 급등했다. 반면 같은 달 일본 소비자물가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신선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오히려 0.7% 하락했다. WSJ는 미국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 확보를 노리는 반면, 일본 기업들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해서 수요를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은 지난 7월부터 11월에 걸쳐, 약 19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했다. 이 업체는 "가격을 내리면서, 9~10월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신중한 이유는 장기 침체와 고령화·인구 감소로 인한 만성적 수요 부족에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격 인상에 나섰다가는 그나마 있던 소비자들도 떨어져나갈 것이란 공포가 크다. 대신,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임금인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며, 이는 저임금 노동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저임금 노동자는 다시 싼 물건을 찾게 되고, 이것이 저성장으로 가는 악순환의 한 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30년간 일본의 평균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본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22위에 그쳤다. 미국(763만엔·약 7906만원)에 크게 못미쳤으며, 한국의 461만엔(약 4777만원)보다도 낮았다. 이는 곧 일본인들의 구매력 하락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에서 허덕이는 일본 경제에 최근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달갑지 않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고 있어, 이에 따른 일본 경기 향배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여파로 일본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폭은 전년동월 대비 8% 증가, 40년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격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도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다. 2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식품 제조사, 외식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높게는 10%를 예고한 업체도 있었다. 밀가루 등 재료값 상승에 국제 물류비 증가 등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꿈쩍않던 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경기 회복에 따른 선순환 결과가 아닌 원자재 가격 인상이란 외부 충격으로 인한 급격한 인상이란 점에서 디플레이션 탈출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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