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사이언티스트2021]2025년 목표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 중..2030년대 탄도탄 요격 가능해

조승한 기자 2021. 11. 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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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무기 연구, 방어 목적에서 위성 파괴로 진화중
GA-EMS와 보잉이 함께 개발한 고성능 레이저 무기 상상도다. GA-EMS 제공

미국 방산업체인 GA-EMS와 보잉은 지난달 말 미 육군과 300kW급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 해군이 함정에 탑재해 쓰는 레이저 무기의 출력인 150kW의 두 배에 달하는 성능이다. 이전 성능이 무인기 격추와 미사일 방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300kW는 아군에게 달려드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격추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게 된다.

23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존슨강당에서 열린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의 첫 세션인 ‘레이저 기술’에서 군과 전문가들은 “탐지에서 타격까지 초 단위로 걸리는 레이저 무기가 전쟁의 속도를 빛의 속도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육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 국방부가 과학자들이 소개하는 첨단 기술을 듣기 위해 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를 모델로 삼고 있다. 2019년 첫 개최 이후 네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는 ‘미래전의 게임체인저를 주제로 진행돼 군 관계자와 연구자들 50여 명이 참석했다.

레이저 무기체계는 고출력 에너지를 직접 표적에 집중시켜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광속으로 빠르면서 표적을 정확히 조준할 수 있는 빛의 특성을 이용해 높은 정확도와 빛의 속도로 발사가 가능하다. 전력만 충분하면 대량사격과 다수 표적에 동시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군사적 효과 범위와 정도를 작전 목적에 따라 조절할 수 있고 발사와 유지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레이저 무기는 육군의 지상전력 비대칭 우위 달성을 위한 ‘10대 게임체인저’ 기술에도 포함되기도 했다. 육군은 향후 30년까지 전장을 지배할 첨단과학기술들을 10대 게임체인저로 선정해 연구하고 있다. 허훈 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개념과장은 “모든 전투수행 기능에 있어 높은 군사적 효용을 지닌 레이저 무기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훈 육군교육사령부 전투발전개념과장이 23일 KIST 존슨강당에서 열린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존슨강당에서 열린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현재 레이저 무기는 출력과 정확도에서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나 2030년에는 탄도미사일 요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무인기 요격이 가능한 수준인 150kW급인 레이저 무기 출력은 2022년 300kW, 2025년에는 500kW급으로 발전해 순항미사일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1MW급 출력의 레이저 무기가 개발될 것이란 기대다.

레이저는 1972년 옛소련의 T62 전차의 거리측정기에 처음 활용된 이후 레이저 유도무기부터 레이저 자이로센서, 열추적 미사일 방어장비, 지뢰제거용 레이저 장비 등 다양한 전장 분야에 활용됐다. 최근에는 위성 추적기술을 통해 첩보위성의 존재와 궤도를 찾아내는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에도 세종과 거창에 레이저 위성추적시스템(SLR)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이미 2010년대부터 군함에 탑재하는 레이저 기술을 실용화해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영민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도 단기와 중기, 장기계획으로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블록 1 레이저 대공무기는 2025년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고 블록 2에서는 출력이 더욱 높은 레이저가 연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영민 KIST 책임연구원이 한국의 레이저 무기 개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래에는 공격 중심의 레이저 무기뿐 아니라 레이저 무기 방어체계와 위성파괴와 우주쓰레기 제거기술, 양자 라이다와 우주 레이저 통신 등이 연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군수회사 BAE시스템즈는 2017년 공기 중에 레이저 방어막을 치는 기술을 공개했다. 공기에 에너지를 줘 플라즈마 현상을 만들어 레이저가 집중되지 않고 흩어지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주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선진국은 어느 정도 공격용 레이저 개발이 거의 완료됐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까지 연구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용 레이저 학회에서는 최근 우주쓰레기 제거기술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제거기술은 크게 지상에서 우주쓰레기를 추적해 레이저를 발사해 쓰레기를 제거하는 방식과 위성에 레이저 장비를 실어 우주에서 레이저를 쏘는 방식으로 나뉜다. 위성 잔해나 발사체 잔해 등 위성을 위협하는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용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위성 파괴 기술과 동일한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중국에서는 이미 기술을 우주군에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며 “우주쓰레기 제거가 아니라 위성을 파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이 레이저 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소재와 부품 연구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레이저 산업 규모가 작아 대부분 레이저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는데 군에서는 부품을 국산화하는 게 큰 이슈”라며 “레이저 부품을 국산화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도 부품을 개발하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수입해 오는 실정”이라며 “부품부터 개발 인력 확보까지 이어진다면 한국도 레이저 무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양성과 저변 문제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국내 레이저는 한때 정부에서 20년 정도 국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라 보고 크게 투자하지 않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독일, 미국, 중국 회사가 국내 시장의 95%를 먹고 있어서 현실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회사에서 일할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군 관련 레이저 한해서 실험하고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20여 명 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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