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상승 앞두고..뉴욕 증시 '뜨거운 감자'된 기술주 [자이앤트월드]

김인오 2021. 11.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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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 "사지 말라"
고평가된 기술주 가장 위험
소비재·통신·제약 주목할만
골드만삭스 "그래도 사라"
국채 수익률 2% 밑돌아
나스닥 성장주 매력 여전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뇌부 인사 발표가 나오자 뉴욕증시가 한 차례 출렁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연임하고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를 부의장으로 공식 지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이후에 따를 금리 상승 충격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를 두고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투자 의견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BoA는 앞으로 미국 주식 투자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을 내놓았다. 22일(미국 동부시간) 현지 증권전문 매체에 따르면 마이클 하트넷 BoA 수석 투자전략가는 분석 노트를 통해 "올해 시장을 움직인 게 '인플레이션 쇼크'라면 내년에는 연준 금리 인상 같은 '금리 충격'이 시장을 들썩일 것"이라면서 "연준이 시중 유동성 조이기 정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중금리를 더 올리고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라고 내다봤다.

BoA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내년 6월 혹은 그 이전에 마무리한 뒤 같은 해 4분기(10~12월)부터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연준은 올해 11~12월 자산 매입 규모를 매달 총 150억달러(국채 100억달러·주택저당증권 50억달러)씩 줄인 뒤 경제 상황을 봐가며 속도를 조절하기로 한 바 있다. 자산 매입 규모를 줄임으로써 시중 유동성 증가세를 잡는 것이 테이퍼링인데, 테이퍼링이 마무리된 뒤 2023년 이후에나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 조이기에 나선다는 게 연준 계획이다. 다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테이퍼링을 내년 4월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식 발언을 내놓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상 시점을 앞당겨 내년 7월과 12월에 총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변동장세에서는 방어적 투자 전략이 유리하며, 특히 가상화폐와 '나스닥 상장주'로 상징되는 기술주가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매수 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환시장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일 것이라는 점에 베팅할 만하고, 주식시장에선 필수소비재나 통신·대형 제약사 주식을 매수할 만하다"면서 "반도체 관련주,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 시세 하락에 베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지난해 이후 시세가 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코인)와 기술주는 이른바 '팻 테일 리스크'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팻 테일 리스크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나온 단어다. 예외적인 사례와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확률 정규 분포의 꼬리가 너무 두꺼워진 결과 평균적인 사례와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예측력이 떨어져 대응에 실패할 위험을 말한다.

앞서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A 전략가도 뉴욕증시가 고평가된 기술주 위주로 상승세를 달려왔지만 금리 상승기에 매도세가 짙어지면서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수브라마니안 전략가는 "기업 펀더멘털과 거시 환경을 모두 고려하면 12개월 내에 S&P500지수는 지금보다 약 20% 낮은 3750선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기술주와 임의 소비재 부문에서 낙폭이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또 다른 월가 IB 골드만삭스는 BoA보다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부문 주식과 더불어 기술주 중에서도 우량기업 주식은 오히려 사들일 만하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최근 분석 메모를 통해 "드루리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최근 12%가량 떨어졌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이 쓰는 반도체 수급 흐름도 개선된 점을 미뤄볼 때 증시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물류 대란 등 올해 불거진 공급망 위기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 우려보다 빨리 정상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덜해지면 연준으로서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유인이 적어진다. 드루리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미국 동·서부 8개 노선을 오가는 40피트 화물 컨테이너 운송 비용을 추적하는 지수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르면 내년 7월께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국채 수익률이 2%를 밑도는 상황에서 기관·개인 투자자들 모두 주식에 투자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12개월 안에 S&P500지수는 지금보다 10%가량 오른 5100선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인건비 상승 압박에 직면한 유통업체보다는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기대되는 기술 부문 성장주가 유리하다는 투자 조언을 냈다. 그는 "물류 대란이 해소되더라도 앞으로도 몇 년간 일자리 시장에서 구인난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투자자들은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수익) 대비 인건비가 높은 주식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축·인테리어 부문 유통업체 홈디포와 로스, 저가형 유통업체 달러제너럴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정보기술(IT) 대형주 구글 알파벳과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 반도체용 화학 소재 업체 캐봇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추천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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