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등 종부세 인상, 전월세 가격 폭등 부채질할까

송진식·김희진 기자 2021. 11. 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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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다주택자 및 법인 대상 종합부동산세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향후 임대차 시장에 미칠 파장을 놓고 부동산 업계와 정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선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종부세 부담이 전·월세 가격 인상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내년 8월 말부터 도래하는 기존 임대차계약의 신규계약 시기와 맞물릴 경우 가격 인상폭이 예상 밖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전·월세상한제 적용 및 공공임대 확대 등을 들어 “세부담 전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교적 상황을 낙관하는 중이다.

강남,송파 방향 아파트 단지 모습. 김기남 기자


23일 기획재정부는 올해분 종부세 고지 관련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최근 전세 매물이 늘고 전세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과열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어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상한제(5%) 등 제도적 보완 장치도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이 지난 1일 1만1000건에서 17일 기준 3만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도권 매물은 2만7000건에서 6만6000건으로 늘어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이 약 170만 가구, 민간등록임대주택이 약 110만 가구 있는 점도 강조했다. 종부세 고지가 시작된 뒤 부동산 업계에서 “세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낙관하는 정부와 달리 업계에서는 종부세 ‘후폭풍’이 임대차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거나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되는 경우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종부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은 매도가격에 부담을 반영하거나 세입자와 부담을 나누려 할 것”이라며 “전·월세상한제 적용을 안받는 임대차 신규 계약에서 특히 늘어난 종부세 부담을 반영하려는 성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종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며 “내년의 경우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임대·임차인 간 합의를 통한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에 시가 12억원(공시가격 8억원)인 아파트와 시가 13억원(공시가격 9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 A씨의 경우 올해 종부세가 1626만원으로 지난해(487만원)보다 1139만원 많다. A씨가 12억원 아파트를 전세줬을 경우 서울시 전세가율(9월 기준 60.6%)을 적용할 때 현재 전세가격은 약 7억2000만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A씨가 세입자에게 추가된 종부세 부담(1139만원)을 모두 전가한다고 가정(전·월세전환율 2.5% 적용)하면 전세가격을 4억5560만원 인상된 약 11억7560만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

정부 설명대로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는 임대차계약은 이렇게 큰 폭으로 전세값을 올릴 수 없다. 문제는 내년 8월31일부터 새 임대차보호법으로 지난해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만료 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갱신 계약 만료로 신규 계약을 하는 경우 집주인이 제한 없이 전·월세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미 서울의 경우 아파트 단지 별로 신규·갱신 계약간 가격 격차가 수억 원에 달하는 ‘이중 가격’이 형성돼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규계약에 종부세 전가까지 이뤄질 경우 예상보다 훨씬 높게 전·월세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거주선호도가 높은 강남 등 특정지역에서 특히 가격 폭등 사례가 나올 수 있고, 이는 주변 시세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김희진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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