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확대 연속기고①]기재부공화국을 해체해야 국민이 산다
[경향신문]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소득격차가 벌어졌고, 부동산 폭등으로 자산격차마저 급증했다. 고통은 자영업자와 실업·휴직·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청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됐다. 그 결과 공동체로서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최악이다. OECD 최고의 자살율과 산재사망율, 노인빈곤율, 저출생율, 이혼율 등 헬조선이 심화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처럼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국민의 삶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하기에는 참담한 현실이다. 5년 전 정경유착 국정농단 대통령을 탄핵했던 촛불의 요구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동안 나라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이처럼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결과가 나왔는가?
코로나 대응을 위한 각 국의 추가 재정 지출을 비교하면 OECD 평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2%, 대한민국은 3.4%다.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재부는 재난지원금이든 피해 자영업자, 노동자의 손실 보상이든 국민에게 인색했다. 반면 한국판 뉴딜 예산 등 기업 지원에는 그 실효성을 떠나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 폭등도 투기를 방치 조장하는 부동산 조세 정책과 함께 공공기관 LH를 땅장사로 내몰았던 기재부의 책임이 크다. 그 결과 가계 부채가 세계 주요 국가 중 GDP 대비 1위, 증가 속도 역시 1위다.
그러나 기재부는 반성이나 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없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가 사회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 확대를 통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공부문이 선도함으로서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얼마가지 않아 유야무야됐던 것도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코로나로 사회적 공감대가 분명한 공공의료와 돌봄 공공성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교통 공공성 유지 관련 예산조차 제대로 배정하지 않고 있다. 필수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이 재조명됐지만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이나 처우개선 예산 배정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물론 한국사회 불평등의 경제사회 근원은 재벌 독식과 부동산 불로소득 체제다. 그렇지만 재벌공화국, 부동산공화국의 오명을 바로잡을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여기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경제·재정·공공기관 정책 총괄 기재부는 지금까지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이유는 정부가 검찰 개혁에 집착하면서도 민생과 직결된 기재부 개혁에는 손도 대지 못한 이유가 크다.
기재부는 어떻게 청와대 위 무소불위 부처,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고집하는 불통 부처가 되었는가? 기획예산, 재정경제, 공공기관관리 등 경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공룡부처로서 정부조직 간, 정부와 국회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미 고장 난 신자유주의 낡은 신공공관리 정책을 고집하면서, 시대정신인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정책 우위의 경제·재정정책이나 공공기관 운영으로의 기조 전환이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불평등과 각자도생 심화다. 따라서 주거와 돌봄, 의료, 교육, 교통, 통신, 에너지, 연금, 사회보험 등 필수 서비스의 보편적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낡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기재부공화국부터 해체해야 한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다시 분리하고, 공공기관 운영을 독립시킴으로서 권한의 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국민의 통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운영위와 기관별 이사회에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과 서비스 생산자인 노동자 대표의 참가를 확대해 정부보다 큰 예산 규모를 가지고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정 교섭의 제도화를 통해 노동자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관료의 전횡도 방지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은 경제 권력 역시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재부공화국을 해체하고 경제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공공대전환이 시급하다.
조상수 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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