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임기 말 공허한 종전선언 집착의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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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100여 일 앞이다.
교황의 방북이 여의치 않자 외교부 차관은 지난 17일 워싱턴 방문 후 '종전선언 추진에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변죽을 울렸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종전선언의 말로(末路)는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이 임기 말 안보와 경제를 위한 국익 실용외교는 팽개치고 모두가 무관심한 종전선언에 집착했던 행태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 불행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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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대선이 100여 일 앞이다. 문재인 정부만큼 임기 말에 북한에 목을 맨 정부는 없었다. 부동산 폭등도 요소수 대란도 무관심에 무대책이다. 국정에서 평양 외에는 논외다. 3차례나 김정은을 만나고 백두산도 동반 등정하고 평양에서 대중연설도 해서 그런지 청와대의 집착이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10월 말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뜬금없이 결장 수술 후 회복 중인 고령의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했다. 이후 청와대 대변인은 “교황님이 따뜻한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움직이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고 꼬리를 내렸다.
교황의 방북이 여의치 않자 외교부 차관은 지난 17일 워싱턴 방문 후 ‘종전선언 추진에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변죽을 울렸다. 종전선언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는 미국 국무부 발표문과는 다른 내용을 아전인수로 곡해하고 평양으로 달려갈 생각에 여념이 없다. 외교부가 북한부인가. 외교부 장관은 요소수 대란이 국제무역 이슈인지도 모른다.
평양을 향한 오매불망 일편단심은 이제 종점에 이르고 있다.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방한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내년 초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지역 동맹 및 파트너국과 새로운 경제 틀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도 새 경제 틀에 참여하라는 압박이 본격화하면,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미·중 갈등은 동북아 국제정치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예고한 대로 미·중이 전면적인 충돌로 확전할지는 미지수지만, 단기간에 갈등 종식은 어렵다. 미·중 갈등은 안보에 경제 이슈가 결합된 복합 전쟁으로, 시진핑 집권기에는 계속될 것이다. 청와대가 올인하는 종전선언은 G2 충돌 시대에 공허한 메아리다. 심지어 당사자인 북한조차 소극적이다. 국제 정세에 담을 쌓고 사는 평양이지만 종전선언의 ‘불임’ 가능성 정도는 간파하고 있다. 주변 4강 누구에게도 절박하지 않은 의제를 들고 외교 책임자들이 워싱턴이고 유럽이고 순회하는 것은 국정 낭비다.
이제는 내려놔야 한다. 종전선언 이벤트로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어게인 2018 평창’을 모색하는 청와대의 각본은 천·지·인(天地人)의 때가 맞지 않는다.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에서 미·북 정상이 3차례나 만났지만, 북한이 핵 보유를 단념하지 않아 결과는 노딜이었다. 북핵은 김정은 정권 존립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게 그 교훈이다. 베이징은 평창이 아니다. 갑자기 김여정을 불러다 놓고 민족 공조 이벤트를 할 장소도 아니다.
G10 국가라고 자화자찬하기보다는 거대한 신냉전의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의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각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활용한 종전선언 ‘쇼’ 무대에서 ‘종전’이라는 단어조차도 관심이 없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종전선언의 말로(末路)는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이 임기 말 안보와 경제를 위한 국익 실용외교는 팽개치고 모두가 무관심한 종전선언에 집착했던 행태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 불행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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