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출산 경험 없는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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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출산 경험이 없다.
과학자 시절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해 5년여 살면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정치입문 후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지만, 역시 무자녀의 길을 택했다.
정치지도자에게 아이 출산 여부 등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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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퇴임을 앞두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출산 경험이 없다. 과학자 시절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해 5년여 살면서 아이를 낳지 않았고, 정치입문 후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지만, 역시 무자녀의 길을 택했다. 대신 남편에겐 앞선 결혼에서 얻은 두 아들이 있다. 그런 메르켈이지만, 16년 집권하며 얻은 애칭은 ‘무티(엄마)’다. 출산 경험이 없어도 세심하게 국정을 살피며 필요할 때 국민을 진지하게 설득한 결과다. 2010년 호주 첫 여성 총리가 된 줄리아 길라드는 미혼이다. 2011년 4월 6·25전쟁 참전 6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을 때 헤어드레서를 파트너 자격으로 당당히 대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50세 때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 두 아이를 덤으로 얻었다. 엠호프가 전 결혼에서 낳은 딸과 아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2007년 프랑스 사회당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은 프랑수아 올랑드와 27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네 자녀를 낳아 키웠다. 루아얄은 헤어진 올랑드가 2012년 대통령이 되자 그의 정부에서 생태·지속개발·에너지 장관으로 일했다. 정치지도자에게 아이 출산 여부 등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치인의 배우자 또한 마찬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는 글에서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고 썼다. 이 후보의 부인인 김 씨는 아이를 낳아 키웠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은 그렇지 않아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영부인이란 권위주의 시대 때 표현을 쓴 것도 문제지만, 후보자 부인의 출산을 국격의 기준인 양 내세운 것은 여성에 대한 저급한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난임·불임을 겪은 여성들이 반발하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여성이 출산 도구냐”며 비판 성명을 내자 한 의원은 사흘이 지난 뒤 겨우 페이스북에 “여성을 출산 여부로 구분하려던 것은 아니지만 표현 과정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사과 시늉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여성운동가 출신 소속 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입으로 페미니즘을 소리 높이 외치던 세력이다. 정치의 저질화가 이 지경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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