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스타항공, 소비자 신뢰 없으면 정상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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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스타항공이 다시 살아나도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관계인 집회에 소액 채권자 정모씨가 참석했다.
관계인 집회는 법정 관리를 받는 이스타항공이 채권자들에게 제시한 변제율의 찬반을 묻는 자리다.
"부도덕한 회사의 회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피해 고객들의 호소에도, 관계인 집회에서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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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스타항공이 다시 살아나도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관계인 집회에 소액 채권자 정모씨가 참석했다. 관계인 집회는 법정 관리를 받는 이스타항공이 채권자들에게 제시한 변제율의 찬반을 묻는 자리다.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정씨는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해외에 있는 예비 신부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스타항공에서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비행기 표는 종이 쪼가리가 됐다. 예비 승객에서 한순간에 채권자가 됐다. 그와 같은 피해 고객만 수백명에 달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200만원까지 있었다. 예비 승객들은 사용할 수 없는 비행기표보다 이스타항공이 자신들에게 보여줬던 태도를 더 참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이스타항공 내부에선 임금 체불이 시작되는 등 파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직원들이 계속해서 비행기 표를 팔았다는 것이다.
셧다운 이후 회사의 대처도 피해 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이스타항공이 운항을 멈췄을 때 전화나 문자 안내가 없었고 사과문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서버비 지급이 밀리면서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했다. 전화 업무도 중단됐다. 피해 고객이 이스타항공 본사에 직접 찾아가 회사 관계자를 붙잡고 물은 뒤에야 회사 내부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피해 고객에게 최근 이스타항공에서 연락이 왔다.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채권에 대해 사실 여부 등을 묻는 전화였다. 피해 고객 사이에선 “채권 금액을 물어볼 연락처는 있고 그동안 사과할 연락처는 없었던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부도덕한 회사의 회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피해 고객들의 호소에도, 관계인 집회에서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채권 규모가 큰 리스사들의 동의가 회생계획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스타항공이 회생계획안에 제시한 채권 변제율은 4.46%. 100만원 피해를 본 고객은 4만4600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자녀에게 해외여행을 선물해주려던 아버지,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예비부부, 첫 월급으로 부모님과 여행을 가려던 사회 초년생 등 모두가 끝내 피해 금액을 온전히 보상받지 못했다. 당시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던 회생법원의 판사도 “소액 채권자들이 피해액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점은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이스타항공은 이달부터 정상화 절차를 밟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절차가 끝나면 이르면 2월부터 상업 운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B737 맥스 항공기는 반납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800 여객기 2대 외 1대를 추가로 빌려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다. 이스타항공이 상업 운항 재개에 성공한다면, 당시 피해 고객들에게 제대로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비행기를 다시 띄워도 고객에게 외면받는 항공사는 정상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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