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드(jerd)의 위로가 되는 음악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1. 11.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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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저드,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음악으로 한 명이라도 위로하고 싶은 게 저의 고집이에요." 

가수 저드(jerd)의 첫 정규앨범 'A.M.P.'는 적막한 기운이 흐르는 혼자 사는 집에서, 산책을 하고 커피 한잔을 하는 일상 속에서, 고뇌와 분투의 열기가 가득한 작업실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최대한 진실한 저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저드의 음악은 공허한 이들의 여백을 메우고, 혼란한 마음들에게 동질의 시선을 보낸다. 

저드는 팔로알토, 허클베리피 등이 있는 힙합레이블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 알앤비 가수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만들며 실력 하나로 입소문이 난 아티스트다. 일면식도 없던 팔로알토가 그의 음악만 듣고 함께하자며 손을 내밀었고, 대중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염따 올티 등이 피처링 러브콜을 보낼 만큼 업계에선 유명하다. 저드는 강질의 흔들림 없는 그루비한 목소리를 가졌다. 인기나 돈 명예에 대해선 급할 게 없으면서도, 위로를 주지 못하는 음악에는 가차가 없다. 평범한 것들을 노래하지만 걷는 길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전 스토리가 있는 가수예요. 그걸 위해 노래하고요. 타인에게 대입해보고 위로를 주는 음악을 하는 게 저의 고집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위로받진 않겠지만 한 명이라도 받는다면 성공이에요. 예전에 한 청자분께 장문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죽기로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제 음악을 들었는데 다시 살 용기가 생겼다고요. 그 말이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됐고, 그 찰나의 순간들을 잡아주기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아티스트가 됐음 했어요."

저드,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A.M.P.'도 위로의 마음들을 모아 완성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의 하루를 트랙마다 유기적으로 담아냈다. 24시간의 위로. 삶에 대한 노골적인 위로는 없다. 그저 평범한 순간들에서 고뇌하는 순간들을 일깨울 따름이다. 본인이 앞서서 깨달음의 방향을 가르키기기보다, 청자들과 발 맞춰 자신의 감정과 동질의 주파수로 마음을 교류한다. "그래서 밥은 먹었고?"라는 절친의 담백하지만 위로가 되는 그런 말처럼 말이다. 

"시간상으로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풀었어요. 그래서 트랙도 시간상으로 배치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집에 있다가 외출하고 그런 순간들이요. 각자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잖아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잘 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 환기하면서 얻는, 그리고 한곳에 갇히지 않고 행동하면서 오는 변화에 대한 메시지들이에요. 실제로 평범하게 살아서 가사를 쓰는 데 있어 꾸밈이 없어요.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가 곧 평범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요. 최대한 진실한 저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습니다."

위로를 전하고자 만든 앨범이지만, 가사나 멜로디에 있어 대놓고 밝은 앨범은 또 아니다. 멜로디에 음울한 서정성도 다분하고, 가사 역시 '난 나를 정리해야 돼 더 새로운 생각들이 나를 정의해야 돼('휴!' 가사 중)' 등 고찰하는 순간들이 더 많다. 그러나 이 둘의 하모니가 결국 위로라는 감정을 낳는다. 좋은 말이나 밝은 멜로디 대신 진솔된 자아실현으로 전이의 감정을 건드리며 고립에서 벗어나게 한다.

"가사를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나는 뭘까'라는 원초적인 생각을 하게끔요. 그래서 가사 내용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최대한 저의 진실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그동안 늘 혼자 음악을 만들어오다가 이번에는 팔로알토 오빠랑 전반적인 작업을 같이 했어요. 둘의 논의해서 스토리보드를 짰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100% 만족하는 게 없으니까 같이 짜놓고 가사를 쓰면서 또 시시각각 감정이 바뀌니까. 계속 조금씩 바뀌어가기도 했어요. 저의 지구력을 향상해 준 작업기였죠. 훨씬 풍성해지기도 했고요. 저 혼자하면 갇힐 수 있잖아요.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업하다 보니 트랙이 풍성해졌어요."

저드, 사진제공=하이라이트레코즈

저드는 뻔하지 않은 비유로 자기 통찰적인 주제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늘 완벽하려고 했기에 점점 날이 선 듯해(문제아)' '난 늘 목말라 오아시스는 내 방(Iwbb)' '쏟아지는 장대 비 쫓겨나듯 나온 집(한숨도 못 잤어)' 등 아름다운 낱말로 풀어낸 가사들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하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저드라는 사람 자체에 궁금증을 갖게 된다. 매 순간을 통찰하며 산다는 건 매우 피곤할 테니까.

"작년까지 슬럼프였어요. 하이라이트레코즈에 들어와서도요. 이 정규를 준비하기 전에 음악적인 폼이 떨어지고 있다고 느꼈죠. 반 백지였던 상태에서 나왔는데 결과물을 보니까 그게 최고였나 싶었어요. 이번에 정규 작업하면서 좀 극복했죠. 곡을 놓고 봤을 때 팔로알토 오빠는 좋다고 하는데 전 아니라고 했어요. 사실 정규 작업하기 전에 EP를 준비했었는데 그걸 엎고 작업한 거예요. 이전곡은 하나도 넣은 건 없고 다 버렸죠. 스스로 별로라고 느끼면 아예 새로해야 해요." 

저드는 스스로에 대해 '프로토타입(개발 중인 기기 등의 성능 검증 및 개선을 위해 상품화에 앞서 제작하는 시제품)'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여정을 본다면 확실히 제격인 단어다.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프로토타입이요. 저는 항상 실험 과정에 있어요.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여러 개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타입이고요. 계속 실험모드인 것 같아요. 휴대전화도 시리즈별로 계속 업데이트 돼서 출시되잖아요. 저도 저드2019, 저드 2020, 저드2021처럼 향상돼가고 싶어요. 그리고 플레이리스트에 제 음악을 넣어서 즐겨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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