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유명무실' 공수처

송길호 2021. 11. 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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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내년 3월 새로운 대통령 탄생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국정과제를 꼽자면 단연 ‘검찰개혁’이다. 여권이 패스트트랙 입법으로 강행한 공수처는 대표적인 검찰개혁의 부산물이다.

검찰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박근혜 정부 당시 정권 실세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접한 시민들은 울화가 치밀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머뭇거리는 검찰, 정치적 편향에 치우친 검찰.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부정적인 검찰의 모습을 단칼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임기 말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그 결과는 어떤가.

대선을 불과 110일도 남지 않은 현재. 여야 유력 대선 후보 모두가 수사대상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대상이고,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와 판사 사찰 문건 불법 작성 의혹 등과 관련해 공수처의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이 성공적이라면 현재 진행되는 검찰과 공수처 수사가 철저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화천대유라는 소규모 회사가 대장동 관련 사업에서 수천억 원대의 이익을 독식하고 곽상도 전 의원 아들에게 50억 원을 지급한 데다 박영수 전 특검 등 다수 유력 인사들이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장동 수사팀의 회식 파문으로 인해 회식을 주재한 부장검사가 대장동 수사팀 업무에서 전격 배제된 것은 검찰의 어두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출범 300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잡음만 내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었음에도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또 다시 기각되는 망신을 샀다. 또한 윤석열 후보에 대해 무려 4건이나 정식 입건하고 몇 달째 수사하고 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다. 오히려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공수처가 야당 후보에만 편향해서 압박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못한 국민은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서 63.9%가 특검 도입에 찬성했다. 3명 중 2명꼴로 특검을 선호한 셈이다. 고발 사주와 관련해서도 과반수가 넘는 57.3%가 특검을 지지했다. 공수처가 계속 수사하라는 여론은 불과 34.9%에 그쳤다. 국민은 검찰도 공수처도 모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조만간 정치권에서 특검이 구체화 될 전망이다. 그동안 조건부 특검론을 주장했던 이재명 후보가“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제 문제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니 깨끗하게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요구할 생각”이라면서 전면적인 특검 도입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만일 특검이 설치되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기록이 특검 측에 넘겨진다면 이는 곧 현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선언이자, 공수처 무용론을 확인하는 직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권력형 비리 수사에 머뭇거리는 검찰을 대체한 공수처 수사도 불신을 받아 특검이 나선다면 공수처는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다. 공수처 1년 예산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세금을 아끼는 차원에서도 낫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또 다시 물거품이 되기 일보 직전이다. 현재 대장동 수사를 진행하는 중앙지검 수사팀과 고발사주의혹 수사를 진행하는 공수처가 지금 할 일은 오직 하나다. 특검이 실제로 수사에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그 직전까지라도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다. 만일이라도 수사를 은폐하거나 편향되게 진행한다면 언젠가 특수직무유기나 직권남용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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