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 된 '오세훈표' 서울시 예산[우보세]

기성훈 기자 2021. 11. 2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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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한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은 최근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와의 갈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부 민간위탁·보조금 단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표방한 '기득권 단체'"라며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른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은 "시장 교체기면 어김없이 과거의 흔적 지우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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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종로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한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은 최근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와의 갈등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으로 가보자. 2010년 당시 민주당과 오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등을 두고 갈등을 빚다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이듬해 1월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는 민주당 단독으로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을 처리했다. 선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당시 오 시장은 조례안 공포를 거부했다. 이어진 양측의 싸움 끝에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같은 해 8월 실시한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25.7%로 개표 가능한 투표율(33.3%)에 미달했다. 오 시장은 시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오 시장과 시의회와의 대립과 갈등은 재현되고 있다. 시의회는 진행하던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하는 등 양측은 초긴장 상태까지도 갔다. 지난 16~18일 시의회 시정 질문에선 시민단체 관련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예산과 TBS 교통방송 출연금 삭감 등을 두고 오 시장과 시의원들 간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10년 전과 다른 점은 더 확전 양상이라는 것이다. 자치구·시민단체 등도 참전했다. 내년도 주민자치 관련 예산 900억원을 삭감한 서울시를 두고 서초구 제외한 민주당 소속 구청장 24명은 "서울시의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한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ATM(현금자동지급)기로 전락했다"라고 밝힌 오 시장의 선전포고를 당한 시민단체들은 연일 서울시청을 찾고 있다. 오 시장을 두고선 "시민사회단체 폄훼와 예산삭감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시의회·자치구·시민단체의 이 같은 반발은 오 시장의 '박원순 지우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서울시와 오 시장의 입장은 분명하다. 오 시장은 최근 시정질문 답변에서 "'전임 시장 지우기'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전임 시장 때는 힘차게 추진된 사업이 브레이크가 걸린다고 해서 '오세훈이 싫어서 브레이크를 건다'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민간위탁·보조금 단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표방한 '기득권 단체'"라며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 논란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한강 르네상스, 서해 뱃길 등의 사업을 두고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 규정하는 등 '오세훈 지우기'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다른 서울시 간부급 공무원은 "시장 교체기면 어김없이 과거의 흔적 지우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푸념했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이 같은 반목의 피해는 결국 서울시민이다.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끊임없는 다툼에 시민들은 불안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적대적으로 사안마다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서로 싸잡아 매도하는 식' 싸움의 결과는 내년 지방선거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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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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