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저무나.."금융 규제" 브레이너드, 연준 전면에

김정남 2021. 11. 2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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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연임만큼 주목 받는 브레이너드의 부상
'파월 1기' 월가 금융규제 풀 때, 나홀로 반대
테이퍼링과 함께 실질적 유동성 축소 신호탄
"추후 연준 의장 혹은 재무장관 올라갈 수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에 지명된 라엘 브레이너드 현 연준 이사(가운데)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현 연준 의장)과 함께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금융 규제론자’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차기 부의장에 지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 연속성 차원에서 제롬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되, 과도한 유동성 위험에서 연착륙하려는 차원에서 브레이너드 이사까지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가 규제 완화 반대했던 강경파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박사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고 완전 고용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국 경제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브레이너드를 ‘박사’라고 지칭하며 그의 부의장 지명을 파월 의장의 연임과 함께 거론한 것이다.

브레이너드는 월가 출신의 파월 의장과 달리 정통 경제학자다. 미국 웨슬리언대 사회과학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0년부터 3년반 동안 재무부에서 일했고, 2014년부터 이사로 연준에 합류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현 부의장의 뒤를 이어 내년 2월부터 부의장직을 수행한다. 금융 감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너드의 승진은 파월 의장의 연임만큼 주목 받고 있다. 그가 ‘파월 1기’를 상징하는 금융 규제 완화 기조를 깰 인사라는 관측이 많아서다. 파월 의장을 비롯해 클라리다 부의장과 랜달 퀄스 전 부의장은 줄곧 월가 친화적인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6월 당시 연준의 스트레스 테스트다. 미국 정부는 은행권 시스템 붕괴가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도드 프랭크법’을 마련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월가 은행들의 자기자본이 얼마나 충격 받을지 확인한 뒤 이에 대비한 자본력을 쌓아두라는 게 핵심인데, 연준이 은행 자본건전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매해 6월 나오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그 결과물이다.

당시 이를 총괄했던 퀄스 전 부의장은 “은행들의 자본력이 양호한 상태”라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은 막았지만, 배당금 지급의 길은 계속 열어뒀다.

이때 연준 내에서 유일하게 반발했던 인사가 브레이너드다. 그는 별도 성명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현재 수준의 배당금을 줄 수 있도록 한 건 은행 자본 완충력을 고갈시킬 수 있는 조치”라며 반대했다.

“브레이너드의 존재감 더 커질 것”

앞서 지난해 1월 연준이 은행권의 벤처캐피털(VC) 펀드에 대한 투자를 풀어줬을 때도 브레이너드는 나홀로 반발했다. “은행들이 다시 고위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브레이너드는 또 올해 5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아케고스 사태에 따른 헤지펀드 위험 선호 우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이용한 기업 상장 열기 △점차 커지는 가상자산 투자 과열 등을 거론하며 월가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는 “은행권은 경기 하강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파월 의장을 두고 “위험한 남자(dangerous man)”라고 맹비난한 뒤 차기 의장으로 브레이너드를 밀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자 월가에서는 브레이너드의 급부상을 두고 실질적인 유동성 확대를 이끄는 시중은행 대출이 점차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이 위기에 대비해 자기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대출과 배당은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금융권 규제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브레이너드를 두고 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파 기조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중앙은행 전략 헤드는 “브레이너드의 부의장 지명은 연준의 핵심에 그를 앉힌다는 것”이라며 “추후 잠재적인 연준 의장 혹은 재무장관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레이너드의 ‘무게감’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파월 의장의 연임과 브레이너드 이사의 승진은 금융 긴축기에 들어서며 상호 견제 차원에서) 적절한 조합”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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