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거리 두기와 벽 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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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추리작가 루이즈 페니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는 '스리 파인즈(three pines)'라는 이야기 공간이다.
그 공간을 휘저어 놓는 범죄를 해결하고 부적절한 개입을 차단하며 스리 파인즈의 안녕을 지키는 게 퀘벡경찰청 살인전담반 경감인 주인공 가마슈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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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추리작가 루이즈 페니의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 중 하나는 '스리 파인즈(three pines)'라는 이야기 공간이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람에 대한 혐오와 독설을 생의 소명이나 보람쯤으로 여기는 듯한 노(老)시인의 괴팍함까지 보듬고 사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 그 시인만큼이나 지형도 괴팍해서 유선전화와 전기 외엔 모든 무선 통신 장비가 무용지물이고, 너무 작아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그 동화 같은 가상 공간이 어떤 이에겐 폐쇄적 고립의 공간이겠지만 주민들에겐 느긋한 자족의 안식처다. 그 공간을 휘저어 놓는 범죄를 해결하고 부적절한 개입을 차단하며 스리 파인즈의 안녕을 지키는 게 퀘벡경찰청 살인전담반 경감인 주인공 가마슈의 일이다.
스리 파인즈의 존재감은 최근작 '빛이 드는 법'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가마슈의 억압자인 주 경찰청 수장이 저지르는 범죄와 가마슈에 대한 비열한 견제를 은밀히 조사하던 가마슈의 한 지인은 사이버 공간에서 추적, 위협을 당하던 끝에 무선 전파가 닿지 않는 스리 파인즈로 피신한다. 가마슈가 그에게 묻는다. "지금은 어떠십니까, 안전하게 느껴지십니까?" 지인의 '메타포릭(metaphoric)'한 대답. "문제가 있네.(...) 우린 안전할진 몰라도 갇혔네. 그리고 여기서 영원히 머물 순 없지."
2001년 11월 23일, 당시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모여 '사이버 범죄 조약'을 체결했다. 해킹과 테러, 범죄 동영상 유포, 인터넷 사기, 저작권 침해 등 사이버 범죄 수사의 국제적 공조를 위한 최초의 국제조약. 그간 20년이 지나는 동안 사이버 공간은 현실 공간과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한, 무한 확장된 현실 공간이 됐고, 조약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 19개 비회원국을 포함해 63개국이 가입해 있다. 한국 정부는 도감청 등 '정보 보안의 우려' 때문에 이 협약을 외면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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