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꾸미]현금흐름으로 본 리비안..'제2 테슬라' 되기 위한 조건은?

김사무엘 기자, 권연아 PD 2021. 11. 2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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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일까, 성장통일까.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리비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상장 일주일 만에 주가가 120% 폭등하며 한때 시가총액 세계 3위 자동차 회사가 됐지만, 이후 주가는 25% 폭락했다.

리비안의 기술과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문제는 얼마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적당하냐는 것이다. 매출도 없는 회사가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과 비슷한 가치를 받는다는 건 분명한 거품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기술력이나 사업모델 등으로 봤을때 '제2의 테슬라'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리비안이 '제2의 테슬라'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창출해 내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에 업로드 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부꾸미'에 오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

'제2의 테슬라' '아마존 전기차' 별명

지난 19일 나스닥 시장에서 리비안은 전일 대비 5.22달러(4.23%) 상승한 12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공모가 78달러에 상장한 이후 5거래일만에 172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이틀 연속 10%대 급락이 이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시가총액은 포드(775억달러), GM(897억달러) 보다 높은 1136억달러를 기록 중이다.

리비안은 2009년 MIT 출신의 로버트 스카린저가 설립한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픽업트럭, SUV, 상업용 밴 등을 생산한다. 리비안이 유명해진 계기는 아마존의 투자를 받으면서부터다. 2019년 아마존이 7억달러를 투자하고 전기 배송차량 10만대를 선주문하면서 리비안은 '아마존 전기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마존이 지분 18.5%로 최대주주다. 포드도 지분 11.8%를 보유 중이다.

2017년에는 일리노이주에 있는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현재 연간 15만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갖췄다. 올해 9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해 10월말 기준으로 180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올해말까지 생산목표는 1200여대다.

리비안의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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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비안이 판매하는 승용차 모델은 전기 픽업트럭인 R1T, 전기 SUV인 R1S 두 가지다. 주력모델인 R1T은 배터리 용량 180kWh(킬로와트시) 기준으로 주행거리 640km, 최대속도 시속 200km, 제로백 3초의 스펙을 갖고 있다. 800마력의 힘으로 최대 5톤 중량을 견인할 수 있고,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20분 충전에 225km를 주행할 수 있다.

옵션으로 캠프키친을 선택하면 인덕션, 물탱크, 펌프 등이 탑재된 야외캠프를 이용할 수 있다.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인 '드라이버 플러스' 기능을 이용하면 자동 조향, 속도조절, 차선변경, 차 간격 유지 등이 가능하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서 차량 내 각종 장치도 제어할 수 있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쿼드 모터' 기술도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을 양산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현재 미국 신차 시장에서 픽업트럭과 SUV의 판매량은 70%를 넘는다. 실용성을 중시하고 캠핑이나 레져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특성이 잘 반영된 결과다. 또 픽업트럭과 SUV는 세단 대비 평균 판매단가가 60% 가량 비싸기 때문에 두 차종을 주력으로 하는 리비안의 경쟁력이 더 부각된다.

'제2의 테슬라' 불리는 이유

리비안의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이유는 테슬라와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회사가 아니다. 전기차 생산부터 판매, 할부금융, 보험, 충전,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생태계를 아우르는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차만 만들어서 파는게 아니라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리비안도 마찬가지다. 리비안은 자체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해 차량을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할부 금융을 지원하고 보험도 제공한다. 충전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2023년까지 북미 전역에 초고속 충전소 '리비안 어드벤처 네크워크' 3500여개, 간편 충전소 '리비안 웨이포인트' 1만여개를 설치하는 게 목표다.

차량 판매 외에 대출, 보험, 충전, AS, 소프트웨어, 중고차 판매 같은 서비스 매출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리비안이 예상한 차량 한 대당 서비스 매출은 평균 6만8000달러다. 차를 한 대 팔 때마다 거의 차 한 대 값에 준하는 서비스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B2B 모델에서는 구독 서비스 기반의 사업을 추진한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플릿 매니지먼트 오에스'(Fleet Management OS)라는 서비스를 통해 상업용 차량의 충전, 경로지정, 원격진단 등을 지원한다. 아마존이 이용하는 전기 배송차량도 이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고평가 논란…현금흐름 창출이 관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어느정도 경쟁력은 있지만 현재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리비안은 회사 설립 이후 현재까지 매출은 거의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상태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손실은 9억9000만달러, 2009년 회사 설립 후 누적 손실은 26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적자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선다고 해도 흑자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2012년 모델S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지만 2019년이 돼서야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양산을 시작한 뒤에도 생산 확대를 위한 증설이나 직원 고용, 연구개발비, 마케팅 비용, 각종 인프라 구축 등 나가야 할 비용이 많다.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재투자 해야한다.

이 점을 잘 아는 일론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난 그들(리비안)이 높은 생산성을 갖추고 손익분기점도 달성하길 바란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라고 밝혔다. 양산에 들어갔다고 어려움이 다 끝난게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미다.

다행히 리비안은 IPO(기업공개) 대박을 치면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 모았다. IPO로 조달한 자금은 약 130억달러다. 기존에 보유한 현금성 자산 50억달러를 합하면 현재 약 180억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안의 영업현금흐름을 보면 2019년 3억5000만달러, 2020년 8억5000만달러의 현금이 빠져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억5000만달러의 현금이 유출됐다. 거의 매년 2배씩 현금 유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향후 공장 증설이나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감안하면 현금 유출 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지금 추세대로 매년 2배씩 현금유출이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도 2024년쯤이면 거의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까지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추가 자금 조달은 불가피하다.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모두 주가에는 악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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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 질 전망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당장 내년에는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을 내놓는다. 가격은 사이버트럭이 4만~7만달러, 리바안의 R1T가 7만달러 정도로 사이버트럭이 더 싸다. 하지만 주행거리, 최고속도, 적재용량, 수납공간 등 대부분 재원에서 사이버트럭이 더 앞선다. 포드, GM, 로즈타운 등도 리비안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전기 픽업트럭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리비안의 적정 기업가치는?

리비안의 기업가치는 얼마가 적당할까. 아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익 기반의 가치평가는 불가능하지만, 성장주에 적용할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 수준인 PSR(주가매출비율) 방식으로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리비안은 지난달말 기준 5만5400대 가량의 예약 판매가 이뤄졌다. 이를 매출로 환산하면 약 40억달러다. 월가(미국 증권·금융가)에서는 리비안의 공장이 이상 없이 잘 돌아가고 추가 주문도 받으면 내년 매출 80억달러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유의미하게 매출이 나오고 있는 순수 전기차 업체는 테슬라, 샤오펑, 니오 정도다. 이들의 평균 PSR는 18.6배다. 이를 리비안의 내년 예상 매출액에 곱하면 시가총액은 1488억달러다. 지난 16일 최고가를 찍었을 당시 시가총액(1520억달러)과 비슷하다.

2023년에는 공장을 100%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일리노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R1 플랫폼 차량이 6만5000대, 상업용 차량이 8만5000대로 총 15만대다. 매출액 기준으로 104억달러다. PSR 18.6배를 적용하면 2023년 목표 시가총액은 1934억달러다. 대출, 보험, 충전 등 서비스 매출이 추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실제 매출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리비안이 추정한 시장 전망도 참고할 수 있다. 리비안은 2023년까지 R1 플랫폼 차량과 여기서 나오는 부가 서비스의 접근가능시장 규모를 1조1630억달러로 추정했다. 리비안이 이 시장에서 1%만 가져간다 해도 매출액은 100억달러다. 5%면 500억달러, 10%면 1000억달러 매출도 가능하다. 시장에서 리비안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신생 전기차 기업들은 '차량 출시 후 실제 생산, 소량 생산에서 양산체제로 전환'이라는 두 번의 고비를 넘기며 성장한다"며 "리비안이 앞으로 생산능력을 어떻게 확장하고 가동률을 높여나갈 것인지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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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권연아 PD sja041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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