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M세대·Z세대는 있어도 MZ세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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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야 부탁해·ZM의 진실 등 알파벳 놀이는 그만하고
일자리·연금 개혁 등 본질 문제 세대 간 대화를
서른이 내일모레니 아직 20대인 후배가 있다. 일확천금보다 성실로 승부하겠다는 믿음이 있고, 심지어 대학 4년마저 부모 손 빌리지 않고 국가 장학금을 대출받아 다녔다. 10년 위 선배들이 ‘영끌’로 집을 살 때, 빚 무서운지 모른다고 혀를 차던 친구다. 그러던 이 친구의 세계관이 흔들렸다. 여자 친구가 생기고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다.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며 종잣돈을 모았지만, 아시다시피 턱도 없다. 그래도 주말마다 소위 ‘임장(臨場)’을 간다. 주로 산동네와 학군 안 좋기로 이름난 서울 외곽. 슬픈 이유다. 싸니까. 언덕 위 아파트를 발견하면 반갑다고 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까. 하루는 직장 10년 위 선배가 술자리에서 빌라를 권했다. 후배의 종잣돈 규모를 알고 있었으니까. 알코올의 힘이었는지, 날카로운 대꾸가 돌아왔다. “선배도 아파트 샀으면서. 내 친구들은 이구동성입니다. 무너져도 아파트라고.”
본지 문화면에서 M세대와 Z세대를 구분하는 기획을 한 적이 있다. M, 밀레니얼은 흔히 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을 부르는 호칭이고 Z는 보통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이 구분대로라면 후배는 Z세대고, 빌라를 권했던 선배는 M세대다. 흔히 MZ로 이들을 한 덩어리에 묶곤 하지만, 많게는 20년 넘게 차이 나는 M과 Z를 같은 청년 세대라 규정하는 건 기성세대의 오만이자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M에 대한 Z의 비판, 아니 비난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M은 자신의 선배 세대인 586을 당대의 기득권이자 내로남불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Z는 종종 M을 그렇게 여긴다는 것.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려줬다. “자기가 힘들 때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며 감성적 위로를 요구하다가, 남의 고통엔 ‘즙’ 짠다고 조롱하는 내로남불 세대. MZ란 신조어 아래 숨어 걸그룹 S.E.S.와 에스파를 함께 묶고 언제까지나 미소년 미소녀로 남으려는 자의식 과잉 세대.”
한마디로 남의 고통에는 그 어떤 세대보다 둔감한 데다, 마흔이나 먹고도 여전히 젊은 척하는 꼰대, ‘젊꼰’이라는 공격이었다.
물론 밀레니얼과 Z세대 모두에게 해당하는 진실은 아닐 것이다. 또 어느 세대나 젊을 때가 제일 힘든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세대 간 자산 격차’ 보고서는 이 불만이 단순히 허무맹랑한 분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통계로 입증하고 있다. 100쪽 가까운 보고서지만, 핵심은 이 한 줄이다.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10여 년 동안 모든 세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자산을 증식시키며 앞 세대와의 격차를 줄인 세대는 3040이고, 반대로 자산 형성이 가장 더뎠을 뿐만 아니라 앞 세대와의 자산 격차를 좁히지 못한 유일한 세대는 2030이었다는 것.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데이터를 이용한 이 보고서의 표본은 2만가구다. M과 Z가 글로벌 기준인 데 비해, 한국의 이 보고서는 각 가구주를 우리 실정에 맞춰 산업화 세대(1940~1954년 출생), 1차 베이비부머(1955~1964), 2차 베이비부머(1965~1974), X세대(1975~1984년 출생), Y세대(1985~1996년) 등 5개로 나눴다. 완벽하게 포개지기는 어렵지만, X와 Y를 M과 Z에 비교하더라도 큰 경향은 바뀌지 않는다. 나이가 젊으니 자산 적은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위 인용은 같은 나이였을 때의 자산과 그 격차를 비교한 수치들이다. 서울연구원은 “Y세대를 제외한 전 세대가 같은 연령대에 바로 앞 세대의 순자산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연령이 어린 세대가 자산 형성에 불리하다는 것은 Y세대에만 해당하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무너져도 아파트라고 뒤늦게 사자후를 토하던 후배의 절규로 다시 돌아간다. 세대론은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지만, 편리하다고 세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면 개별성을 놓치기 일쑤다. MZ라는 규정은 편리한 지적 게으름일 뿐.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경쟁적으로 청년 세대를 향한 구애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재명(ZM)의 진실은?’이나 ‘민지(MZ)야 부탁해’처럼 어설픈 접근이야말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인 노동 개혁, 후배들의 미래 부담과 직결될 연금 개혁 등 본질적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알파벳 놀이는 이제 그만 중단하길. 차라리 무지를 자인하고, 자본 축적에서 낙오되고 있는 젊은 후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직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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