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백신 피해자 절규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정책 따랐다가 변고 당했다면 피해자들에 좀 더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지난 2월 접종을 시작한 이래 9개월간 코로나 백신을 맞고 죽었다고 신고한 이는 1289명에 달한다. 코로나 사망자가 22개월 3298명이니 그냥 넘길 수준이 아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멀쩡하던 “우리 아들이, 딸이, 엄마, 아빠가…” 코로나 백신을 맞은 다음 죽었다고 절규하는 가족들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백신을 맞은 뒤 이상 반응을 신고한 사람은 38만명. 다행히 대부분 회복했지만, 그렇지 않고 중환자가 된 사람도 1만2755명이다.
피해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전문가들을 모아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을 만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백신 때문에 죽었다고 조사를 요청한 967명 중 조사반이 백신 때문이라고 인정한 사람은 2명뿐이다. 다른 유족들은 반발했다. “분명 백신을 맞기 전엔 별 이상이 없었고, 맞자마자 아프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게 백신 때문이 아니라면 뭐란 말이냐”는 항변이다.
코로나 백신은 개발 과정이 유례없이 짧았던 제품이다. 많은 부분에서 정확한 실태를 아직 모른다. 의학적으로 피해자들 부작용이 백신 때문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단정하기 어려운 단계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피해 조사 과정에서 보이는 정부 소통 방식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가족이 죽어 황망한 이들에게 “백신 접종과 뇌출혈의 인과성은 인정되기 어려움”이라고 적힌 1장짜리 문서를 건네는 건 솔직히 너무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왜 죽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그 어려운 의학적 설명을 자세히 해줄 수 있겠느냐”지만 자기 가족이 죽었어도 그랬을까 싶다.
인색한 판정도 답답하다. 산업재해 판결은 점점 피해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근로자에게) 질병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나 유전적 요소가 밝혀진 바 없고 업무 수행 중이나 직후 질병 증상이 나타났다면 인과관계가 상당 판단된다”는 취지다. 코로나 백신 피해도 그런 식으로 접근할 순 없을까. 백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결론을 내리자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나중에 (보상 관련) 예산을 낭비했다는 책임을 추궁당할까 봐 소극적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분도 있었다. 억측이겠지만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지난 19일 추가 접종을 마치고 나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앞을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가로막았다. “내 딸(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 인과관계를 밝혀달라”는 하소연이 뒤따랐다. 정 청장은 “가족을 잃은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뒤 떠났지만 사실 진작 만나서 위로했어야 했다.
단장지애(斷腸之哀)란 고사성어가 있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란 뜻이다. 자식 잃은 어미의 슬픔을 비유하는 말이다. 자식뿐 아니라 부모나 형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갑자기 혈육을 떠나보낸 사람들 심정은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 그 이후 남는 트라우마는 당사자들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아이가 원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면 그 부부는 열 중 아홉이 헤어진다고 한다. 자책과 원망이 뒤섞이면서 그렇게 된 운명을 벗어나고 싶어하려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학자들 연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사회가 그 상실감을 치유해주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그 노력의 중심에는 당연히 정부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정부 지시를 정말 충실히 따랐다. 만나지 말라면 안 만나고, 마스크 쓰라면 쓰고, 백신을 맞으라면 맞았다. 그 결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면 정부는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가 맞으래서 맞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는 통곡을 더 무겁고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은 그런 태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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