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2] 헌법 제1조 3항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2021. 11.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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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프랑스 하원은 헌법 제1조에 “공화국은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맞서 싸운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법안을 찬성 391명, 반대 47명으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려던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은 중도 성향의 하원과 달리 우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상원은 하원이 의결한 문구에서 ‘보장’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맞서 싸운다’는 표현을 미적지근한 ‘대응한다’로 대체했다.

우리나라는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며 제35조에 환경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신설했다. 하지만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삽입하는 바람에 소극적 실행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나는 요즘 사회 각계각층 대표들과 함께 헌법 개정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기후 및 생물 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를 지닌다”는 문구를 제3항으로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발의하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성사된다. 과정도 까다롭지만 우선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때 헌법 개정 찬반을 묻는 종이 한 장만 추가하면 된다. 대선 주자들만 동의하면 어렵지 않게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MZ세대는 일자리 못지않게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온다. 발의에 참여한 청년 대표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가 그들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포효했다. 대선 주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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