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목숨이 달린 필수 장비
트레일러닝 시즌인 가을을 맞아 이번 달엔 영남알프스 일원과 제주 한라산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해 완주했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모든 대회가 취소되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개최된 트레일러닝 대회에 대한 동호인들의 관심과 의지가 그 어느 해보다 대단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혼런(혼자 러닝)’ ‘혼산(혼자 등산)’에 지친 동호인들에게 트레일러닝 대회는 하나의 축제였다.
트레일러닝의 매력 중 하나는 가볍고 빠르게 산을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몸도 가벼워야 하지만 장비도 가벼워야 한다. 대회를 앞둔 트레일러너라면 어떻게 하면 장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서는 이유 불문하고 챙겨야 하는 ‘필수 장비’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무게는 감당해야 한다.
‘필수 장비’란 다음과 같다. 통기성 좋은 상하의, 헤드램프와 보조 배터리, 방풍·방수 재킷, 서바이벌 블랭킷(비상용 은박담요), 구급약, 휴대폰, 호루라기 등이다. 출전하는 대회가 50km 이상이면 방한용 상하의와 재킷, 장갑, 모자 등이 추가된다. 10시간 이상 산속을 걷거나 달리면 날이 어두워지기 마련이고, 해가 떨어지면 체온과 체력 모두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방한 장비를 챙겨야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요즘이지만 현재 1000m 이상 산은 혹한의 겨울이다. 최근 설악산에서 잇달아 사망 사고가 났는데 모두 방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불상사였다. 나 역시 몇 주 전 한라산을 달릴 때 산 아래와 달리 능선 위로 거세게 불어대는 강바람 앞에서 변화무쌍한 산의 위력을 체감했다. 그리고 배낭 속 방풍 재킷을 꺼내 입으며 안도했다. 준비된 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곳,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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