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4] ‘보스턴 브라민’의 아기
미국 초상화가 마리 댄포스 페이지(Marie Danforth Page·1869~1940)는 보스턴에서 태어나 보스턴 미술관 부속 미술학교에 다녔다. 이 학교는 고전적인 초상화와 풍경화에 인상주의의 산뜻한 색감과 세련된 구도를 더한 보스턴 화파의 중심지였다. 당시 유럽 미술이 파격적인 혁신을 거듭해도 보스턴 화파가 장인적 노동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했던 건 ‘보스턴 브라민’의 보수적 취향 때문이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한 ‘브라민’이라는 용어가 보여주듯, 보스턴 브라민이란 식민지 시절부터 보스턴에 뿌리를 내리고 마치 유럽 귀족처럼 정재계를 장악하며 대대로 부와 명예를 누리던 명문 가문들을 일컫는다.
페이지의 고객은 바로 보스턴 브라민, 그중에서도 부인과 아이들이었다. 그즈음 이미 여성도 전문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기혼이자 입양한 두 딸을 뒀던 페이지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반드시 고급 주택가의 자택 3층에 마련한 자기 스튜디오에서만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도 고객이 줄을 섰는데, 전신상 한 점이 1000달러, 요즘 가치로 1500만원을 웃돌았으니 고가의 주택 유지비는 미생물학자였다는 남편이 아닌 그녀가 충당했을 것이다.
희고 긴 세례용 드레스를 입힌 예쁜 아기는 마조리 솔턴스톨이다. 솔턴스톨 또한 10세대, 300년 동안 끊이지 않고 하버드 동문을 배출한 대표적 보스턴 브라민이다. 그러나 1916년생 마조리에 대한 기록은 1938년 뉴욕타임스지에 게재된 예일대 출신 의대생과의 약혼 소식이 전부다. 그 후로 행복하게 ‘의사 사모님’으로 살았더라도 역사적 인물은 아니지만, 석 달 된 아기를 드레스에 싸서 남의 집까지 데리고 가 이젤 앞에 눕혀두던, 조금은 극성스러운 부모의 애정만큼은 역사적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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