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연준 의장 연임..인플레 잡을까(종합)

김정남 2021. 11. 23.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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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차기 연준 의장에 제롬 파월 의장 지명
정책 연속성 방점 찍어..인플레 대응 최대 과제
차기 부의장에 '금융 규제론자' 브레이너드 낙점
"바이든 정치 운명, 연준 인플레 대응에 달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변은 없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지명했다. 코로나19 시대 들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책 연속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와 경합했던 라엘 브레이너드 현 이사는 연준 부의장에 올랐다.

파월 의장의 연임을 내심 지지했던 월가는 환호하고 있다. 다만 그의 추후 4년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대 초 수준으로 치솟은 초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완화할 지가 최대 과제다. 일자리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점도 숙제다.

‘정책 연속성’ 방점 찍은 파월 연임

2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경제를 더 잘 재건할 필요가 있다”면서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박사가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고 완전 고용을 이루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미국 경제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파월 의장은 현대사에서 최대 경기 침체가 닥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한 리더십을 보여 왔다”며 “미국을 대표하는 거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브레이너드 박사는 파월 의장과 (연준 이사로서) 함께 일하며 중요한 리더십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줄곧 차기 의장 1순위로 주목 받았다. 연준 의장은 통상 연임이 관례인 데다 연속성이 중요한 통화정책 전환기라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카드를 꺼낸 건 이 때문이다. 연준은 ‘역대급’ 양적완화(QE)를 통해 최악의 팬데믹 위기를 넘겼는데, 이제는 이를 거둬들여야 하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더 나아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룬 건 내가 추구한 경제 어젠다와 연준의 결단성 있는 조치에 대한 증거”라고 자평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 첫 임기를 시작했으며, 다음 임기는 내년 2월부터 개시한다.

그는 이례적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가 없는 연준 수장이다. 1953년 2월 미국 워싱턴DC 출생으로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각각 졸업했다.

미국 뉴욕 항소법원에서 2년간 서기로 일했고, 1981~1983년 뉴욕 법률회사 ‘데이비스 포크 앤드 워드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금융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984년 투자은행 ‘딜런 리드 앤드 코’에서 일하면서다. 그는 이후 7년간 파이낸싱, 종합금융,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조지 H.W. 부시 대통령 때인 1990년에는 재무부 재정담당 차관을 지내며 행정부 경험을 쌓았다.

파월 의장은 이후 칼라인그룹 파트너, 글로벌인바이런먼트펀드 매니징 파트너 등을 지내며 월가를 주름 잡았다. 그가 임기 내내 금융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던 건 이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연준에 합류한 건 2012년이다. 연준 이사로서 벤 버냉키 전 의장, 재닛 옐런 전 의장(현 재무장관)과 함께 일했다.

월가 역시 그의 연임을 내심 바라 왔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파월 의장이 팬데믹 이후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시장은 그의 소통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장 초반부터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파월 카드’는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 역시 있다. 민주당 외에 공화당 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파월 또 이끄는 연준 최대 과제는

또다른 연준 후보로 꼽혔던 브레이너드 이사가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 받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리처드 클라리다 현 부의장의 뒤를 이어 내년 2월부터 부의장직을 수행한다. 은행 감독을 사실상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파월 의장만큼이나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력한 금융 규제론자라는 점에서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그간 너무 풀린 유동성 때문에 헤지펀드, 가상자산, 기업공개(IPO) 등이 과열돼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를 조이기 시작하면, 다시 말해 시중은행 대출을 압박하면 유동성이 쪼그라들 수 있다. 추후 돈줄 조이기 시대에 브레이너드 이사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연준의 추후 4년 최대 과제는 단연 인플레이션이다. 미시건대의 11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향후 12개월 기대인플레이션은 4.9%에 달했다. 연준 목표치(2.0%)를 훌쩍 상회했다. 통화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적인 기대인플레이션 관리다. 그런 측면에서 연준은 돈을 풀었던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CNBC는 “최근 물가 상승은 통화정책의 역사적인 전환을 의미한다는 (파월 의장이 제시한) 평균물가목표제(AIT)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AIT는 일정 기간의 인플레이션을 평균(average) 내서, 이를 토대로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한 단위씩 추가되는 한계(marginal) 개념을 바탕으로 한, 즉 과거가 아니라 현재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통화정책의 근간을 깬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파월 의장이 새로운 정책 틀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또다른 일부에서는 1980년대 초 같은 초인플레이션을 부른 주범이라고 격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사진=AFP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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