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재정 무너지면 청년 미래도 무너진다

2021. 11. 2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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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허무려는 여권
좌절하는 청년에 빚까지 떠넘겨
초과세수는 예측 잘못해 생긴 오차
나라 살림살이 더 나아진 것 아냐
국가부채 상환에 우선 투입해야
김태윤 <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
김태윤

기획재정부와 여권의 갈등이 심각하다. 야권이 대선을 앞두고 예산당국을 힐난하는 경우가 통상적임을 고려한다면 매우 보기 드문 상황이다. 우선 초과세수를 둘러싼 소위 책무 유기 논란이 거세다. 올해 초과세수가 기재부 예측보다 19조원 많은 50조원가량이라는 사실을 추궁하며 ‘국정조사 요구’나 ‘기재부 해체’ 같은 격한 소리들이 여권에서 튀어나온다.

기재부의 예산추계 또는 보고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라도 의도적으로 축소해 발표했다면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필자 생각에는 대선을 앞둔 여권이 국정조사를 시도할 리는 만무하다.

세수 추계 논란과 관련해 몇 가지 토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초과세수는 남는 돈이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예상보다 초과된 세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세수 예측을 정부가 잘못해서 생긴 오차일 뿐이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126조원으로 예상된다. 경제나 국민 살림살이가 더 좋아져 새로운 돈이 더 생긴 것이 아니다. 그저 예상 적자폭이 다소 줄어든 것이다. ‘국가는 부자이고 국민은 가난하다’는 비유는 기만적인 것이다.

둘째, 초과세수 용처에 대한 논란을 살펴보자.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초과세수 19조원 중 40%인 7조6000억원은 지방교부금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12조~13조원 중 상당액은 국가채무 상환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안도 안이하고 방만하다. 지금까지 정부가 해오던 재정건전성 침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예산당국은 정신 차려야 한다. 공적자금관리기금 전입도 기계적으로 하지 말고 규모를 줄여야 한다. 교부금 지급도 일률적으로 하면 안 된다. 벌써 지방과 교육청 주변에서는 위에서 갑자기 내려온 돈 쓰기가 어렵다는 흥청망청 노랫소리가 들리고 있다. 싹싹 모아서 국가채무 상환에 충당해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올해 세입의 일부를 납부유예라는 편법을 통해 내년 세수로 잡는 결정도 매우 불량한 전례를 남겼다. 국가채무 상환에 충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셋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지원을 꼭 해야 하나? 아니면 심대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잘 찾아서 지원해야 하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우선 효과가 좋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어느 정도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면접촉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준)내구재와 필수재의 매출 증대 효과는 있었지만, 정작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대면서비스 업종에는 소비 진작 효과가 사실상 돌아가지 못했다.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어떤 형태의 보편적 지원금도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돌아가기 어렵다. 지원이나 보상은 당연히 재난 피해자에게 충분히 지급하는 것이 순리다. 지금 정부의 자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대폭적으로 피해를 보상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슷한 재난 상황이 미래에 터졌을 때 국민과 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할 수 있다. 나라가 국민에게 피해를 줬으면 꼭 보상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배신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추세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은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부담 능력은 점점 떨어지며, 숨겨져 있는 여러 형태의 사실상 국가부채 규모는 상당히 크다. 게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두렵게 다가오고 있다. 이자 부담이 점점 무서워진다. 경제 활성화와 높은 재정 신뢰도로 고통의 시기를 견뎌야 한다. 예산당국은 심모원려해 엄정하게 재정준칙 법률과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미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걱정과 양육 부담 등에 정신적으로도 피폐하게 했다. 재정건전성마저 말아먹는다면 그들에게 빚까지 떠넘기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용돈이나 나눠주면서 생색내는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기성세대가 되고 싶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정녕 그런 꼰대가 되려 하는가. 옆에서 누가 표를 세면서 매표를 권장하더라도 담대히 물리치는 용기와 식견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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