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창칼럼] 대장동 특검 서둘러 결론 내라
정치적 셈법 달라 여야 협상 지연
대선 전에 수사결과 나와야 의미
더 미적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MB) 후보의 다스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검찰은 경선 일주일 전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다 대선 2주 전에 무혐의라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MB 당선이 유력할 때라 검찰의 정무적 판단도 가미됐다. ‘면죄부 수사’ 비판이 일어 BBK 특검이 도입됐지만 대통령 취임 4일 전 다스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하지만 10년 뒤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MB는 징역 17년형이 선고돼 복역 중이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의힘의 특검법안은 특검 1차 추천 권한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준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이 원하는 ‘강한 특검’이 인선될 가능성이 크다. 파견 검사도 상설특검은 5명만 둘 수 있지만 국민의힘 법안은 30명까지 가능하다. 수사 기간도 상설특검보다 10일 더 많다. 이 방식을 관철시키려면 뭘 양보할지 냉정한 고민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기존 상설특검법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특검 가동까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효율성을 내세운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각종 의혹을 수사범위에 넣어 타격을 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특검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벼랑끝 전술’을 쓸 것이다.
수사 범위를 둘러싼 간극은 더 크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주임검사였던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에서 이를 함께 다루자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대장동 의혹과 관계없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박한다. 국민 70% 이상이 대장동 특검을 원하는 만큼 민주당이 이 카드를 계속 고집하긴 어려울 듯하다. 사안의 비중이 현격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어설픈 전략이 화를 키울지도 모른다.
가장 큰 관건은 대선 전에 국민이 수사 결과를 알 수 있도록 여야가 특검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느냐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2월13일 후보 등록 후엔 대선 후보의 체포 및 구속 등에 대한 특례가 적용된다. 여야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특검의 의미가 사라진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여야는 대선의 유불리를 떠나 특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특검 수사 결과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후보의 말마따나 1원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대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여당은 특검을 수용하는 시늉만 내고 특검 주체·수사범위 등을 이유로 협상을 지연시키는 꼼수를 쓰면 안 된다. 이 후보도 ‘조건 없는 특검’ 발언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으려면 토를 달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특검법이 통과된다 해도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여야가 소모적 공방으로 시간만 축낸다면 국민의 원성이 커질 것이다. MB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장동 특검이 ‘지체된 정의’ 논란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대선 전에 대장동 의혹 전모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더 이상 미적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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